청소년 도박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찰과 관계 기관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은 9일 부산 연제구 경찰청 대강당에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함께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주간’ 선포식을 열고 예방 활동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시 이준승 행정부시장, 부산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 부산시설공단 이성림 이사장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공동 대응 의지를 다졌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3%가 도박을 경험했으며, 이 중 약 5명 중 1명(19.1%)은 최근 6개월 내 도박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48.4%는 타인의 명의를 이용했고, 24.4%는 대리 베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 접근 경로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부산경찰청,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간 4자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각 기관은 청소년 도박 문제의 조기 개입, 예방 교육 확대, 상담·치유 체계 구축 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현장 중심의 공동 대응을 통해 지역사회 차원의 청소년 보호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주간 선포 원년, 그 시작을 알리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예방 릴레이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담았다. 현장에서는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홍보부스 운영(동래경찰서 청소년경찰학교 등) ▲토크콘서트 ▲도박 예방 뮤지컬 공연 등이 진행돼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부산시설공단도 이날 행사에 참가해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 예방 홍보부스를 운영했다. 공단은 ▲불법도박 바로알기 OX퀴즈 ▲AI 기반 가상이미지 체험 ▲청소년 근절 서약 등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교육과 흥미를 결합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공단은 이번 예방주간이 운영되는 5월 한 달간 자체 보유한 전광판, 홈페이지, SNS 등을 활용해 예방 홍보를 대대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부산울산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협력해 맞춤형 선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전담경찰관이 특별 예방 교육을 통해 조기 개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선도 프로그램에 연계된 청소년은 2023년 42명에서 지난해 411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도 1~4월 기준 63명이 조기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도박 문제가 더 이상 은폐되지 않고 조기 발굴·연계되는 체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수환 부산경찰청장은 “이번 선포식을 계기로 청소년 보호에 대한 사회 전체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부산경찰도 청소년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