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저 선교사일 뿐"…레오14세 과거 발언

입력 2025-05-09 10:46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미국)은 그동안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직접 밝힌 사례가 많지 않지만 온건하게 발언한 편이란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시간) 레오 14세의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과거 인터뷰 2건을 모아 소개하면서 "발언이 온화한 인물로, 성직자로 일하던 기간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왔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3년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탁으로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 바티칸 주교부 장관 등으로 선임된 직후 '바티칸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내가 아직 선교사라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기독교 신자가 그렇듯이, 나의 소명은 선교사다. 누가 어디에 있든 그곳에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가족사를 소개하며 "조부모님은 모두 이민자였다. 프랑스, 스페인 출신이셨다. 나는 가톨릭 가풍이 짙은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모두 교구 일에 많이 관여하셨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는 젊은 시절의 인간적인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와 대화한 적이 있다. 아주 구체적이었다. 젊은 남성이라면 가졌을 의구심이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보통의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라며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학대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교회를 향하는 문을 닫을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우리가 이런 상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이 교회에 너무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고 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침묵은 답이 아니다. 해결책이 아니다. 투명성과 진실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피해자와 동행하고,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피해자의 상처가 낫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과 관련해선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원했다. 나는 교회가 모든 것을 처분하고 거리에서만 복음을 설파해야 한다는 의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회의 분열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주교들은 특히 통합을 향한 움직임을 강화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를 향해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추기경 시절 이용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보면 직접 쓴 글이 드문 와중에도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공유한 흔적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JD 밴스 부통령을 비판하는 가톨릭 매체의 기사를 공유했다. 제목은 "JD 밴스가 틀렸다. 예수는 타인에 대한 사랑에 등급을 매기라고 하지 않았다"였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가족을 사랑하라, 그 다음에 이웃을, 그 다음에 공동체를, 그 다음에 동료 시민을 사랑하라. 그러고 나서야 나머지 세계에 우선권을 두라"라는 말을 기독교 교리라고 거론해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 기사를 공유하기 전까지 레오 14세 교황은 거의 2년 동안 엑스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었다.

그 전에는 2017년 당시 대권에 도전하던 트럼프 대선후보에 대해 한 추기경이 기고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그 전 해에는 한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