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맨땅에 헤딩’이었다. 어릴 적 품었던 가수라는 꿈이 불현듯 다시 불타올랐다. 우연히 보게 된 TV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가슴을 뛰게 했다.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트로트 가수로서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인 나정욱(30)의 얘기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정욱은 “요즘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설레했다. 지난달 14일 첫 싱글 앨범 ‘밤하늘의 별이 되어’로 가요계에 데뷔한 데 이어 9일 후속곡인 ‘아따 좋아’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그는 “이제 진짜 가수로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든다”며 “꿈이 이뤄졌단 생각에 벅차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나정욱은 장래희망란에 매번 ‘가수’라고 적었다. 일찍부터 음악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 예고나 예대 진학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좌절됐다. ‘월급 받으며 그저 평범하게 살라’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일반 대학에 들어갔는데, 가슴 속 꿈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나정욱은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공부하다 보니 꿈에 대한 열망이 점점 더 커졌다”며 “가수가 돼야겠다는 결심이 선 뒤에는 무작정 그 목표만을 위해 달렸다”고 돌이켰다. 일단 생활비와 레슨비를 벌어야 했다. “닥치는 대로 일했던 것 같아요. 치킨집 서빙, 아파트 환풍구 필터 갈이, 물류센터 작업, 도로 포장 등 웬만한 알바는 거의 다 해봤죠(웃음).”
운명처럼 트로트라는 장르에 눈을 뜨게 됐다.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1’(2020)이 그 계기였다. 그는 “어릴 적 엄마와 할머니가 즐겨 들으셔서 귀동냥했던 노래들이 트렌디하게 재해석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무엇보다 세대를 불문한 관객들이 똑같은 감동을 느낀다는 점이 특별했다”고 얘기했다.
임영웅을 롤모델로 삼게 된 것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출연하신 모든 분들의 무대를 보며 감탄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중 특히 임영웅 선배님의 무대는 제게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전주에 이은 첫 소절에서 그 노래의 모든 감정과 분위기가 다 전해지더라고요. 단 한 소절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트로트에 빠지면서 대선배 나훈아와 임영웅 콘서트에도 직접 가봤다. 그곳에서 뜻밖에도 가수로서의 목표가 생겼다. “두 분의 퍼포먼스와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됐어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관객들의 표정이었습니다. 대다수가 중장년층이셨고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를 타고 오신 할머님도 계셨는데, 그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셨어요. 저도 감히 그런 행복을 드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정욱의 데뷔곡 ‘밤하늘의 별이 되어’는 깊은 감성의 트로트 발라드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남성 듀오 원투 멤버 고(故) 오창훈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후속곡으로 선보이는 ‘아따 좋아’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도입부부터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신나고 중독성 있는 트로트 곡이다.
나정욱은 “요즘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에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드리고 흥을 북돋울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다양한 무대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 뵙고 싶다”고 전했다. “오래도록 꿈꿔온 만큼 제게 주어지는 모든 무대에 진심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