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이 예술의 감각적 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주제로 한 대형 기획전을 잇달아 선보이며, 미술관의 공공성과 실험성을 확장하는 시도에 나선다.
부산현대미술관은 8일 배리어 프리 전시 '열 개의 눈', 다원예술 프로젝트 '초록 전율', 아시아 최초 힐마 아프 클린트 회고전 등을 차례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개막한 '열 개의 눈'은 감각과 포용, 다양성을 주제로 한 무장애 국제 기획전이다. 전시명은 손가락 열 개를 두 눈에 비유한 은유로, 감각의 위계와 정상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예술을 통한 접근성과 평등한 감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국내외 예술가 20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시각장애인 사진, 수어 퍼포먼스, 사운드 조각, 저시력 학생들과의 협업 애니메이션 등 7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웹툰 형태의 전시 설명, 오디오 해설, 수어 도슨트(전시물 해설사), 촉각 체험 프로그램 등 감각 중심의 관람 지원 시스템도 함께 마련됐다.
동시대 미술의 확장성과 융복합 가능성을 실험하는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초록 전율’ 전시는 6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자연, 생태, 숲을 키워드로,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를 배경 삼아 생태 위기 속 장소성과 감각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독일의 연출가 겸 작곡가 하이너 괴벨스, 곽소진, 임고은 등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영상, 퍼포먼스, 사운드 아트 등 21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와의 협업으로 구성된 14회의 퍼포먼스와 워크숍도 함께 마련돼, 관람객 참여형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고전의 깊이를 아우르는 전시들이 연달아 이어진다. 특히 7월에는 스웨덴 여성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아시아 최초 순회전이 개최된다. 서구 최초의 추상회화 작가로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힐마의 예술세계를 140점의 연대기적 작품 구성으로 조망한다.
연례전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 격년제 ‘시네미디어’, 소장품 전시 ‘소장품섬’도 예정돼 있다. 미술관은 ‘21세기·부산 미술·아시아’를 키워드로 한 10개년 소장품 수집 계획을 통해 동시대 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 구축에도 힘쓸 방침이다.
강승완 관장은 “감각, 공존, 생태,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시를 통해 포용성과 실험성을 아우르는 현대미술의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장르의 경계를 넘는 기획을 통해 모두를 위한 미술관, 미래를 향한 미술관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