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운영을 위한 전기 가격이 2021년 대비 57% 이상 오르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전기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거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영업비용 6조5000억원의 약 9%인 5796억원을 전기요금으로 납부했다고 8일 밝혔다. 공기업 중에서는 최대이고 국내 기업을 통틀어도 9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올해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오른 6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기요금 상승의 영향으로 영업손실도 해마다 쌓이면서 누적 부채는 21조원에 이른다.
코레일이 도입을 추진 중인 전기 직접구매 제도는 3만㎸A 이상의 전기를 공급받는 대용량 전력 사용자가 전기를 전력거래소에서 사다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효율성을 위해 2001년 도입됐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한동안 저렴하게 공급됐기에 기업들이 이 제도를 잘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 요금이 70%가량 오르면서 기업들도 하나 둘씩 직접구매에 나서고 있다.
전기를 직접구매할 경우 주식거래소의 시세처럼 ‘계통한계가격(SMP)’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전력의 전기 판매가격은 1㎾ 당 약 182원인 반면 직접구매 비용은 124.7원이었다. 직접구매를 할 경우 송·배전망 이용 요금, 부가정산금 등 전력거래소가 책정한 제비용을 지불하고 투자비 등을 포함해도 약 10% 정도 저렴할 것으로 코레일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코레일이 평택 전기공급시설에서 전기를 직접구매했을 때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연간 25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측됐다.
코레일은 이 분석을 바탕으로 올해 평택 김천 구로 금정 전기공급시설 등 4곳을 통해 직접구매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달 전력거래소 계정승인과 등록신청을 마친 코레일은 관련 설비에 대한 신청·승인을 마무리한 뒤 올해 안으로 전기를 직구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12곳을 추가해 연간 약 280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한 탓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200조원 이상 누적됐는데, 이 손실을 만회하기 시작하자 직접구매로 옮겨가는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일부 있다”며 “하지만 시장 다변화로 전기 공급체계가 다각화되고 요금체계도 정교해지는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직접구매 외에도 전기요금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030년 이후 매년 1400억원 절감을 목표로 하는 전기요금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15개 철도운영기관과 함께 철도운행에 사용되는 전기요금에 대한 종별 신설을 한국전력에 제안했다.
열차 운행에 사용되는 동력용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한 기술도입도 진행 중이다.
향후 선로의 환경과 열차의 속도, 기관사의 운전습관 등을 고려해 전기 소모를 최소화하는 안내서비스를 열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고양 KTX 차량기지 전기공급시설에 자체 LNG발전소를 설치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기에너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전기사용량을 줄이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자립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