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 50주년…‘혐오의 시대’ 교회가 가야 할 길은?

입력 2025-05-08 16:05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극단적 이념 대립과 혐오의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정의와 평의를 이야기하는 ‘민중신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국교회가 정치적 구호나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웃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연세대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ICKC(소장 김정형 교수)가 민중신학 50주년을 맞이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원두우신학관에서 특별 강연(사진)을 진행했다. ‘극우의 시대, 민중신학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강연은 민중신학의 현재와 미래적 의미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목회자와 신학도 등 20여명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이사는 ‘경계 밖 사람들’인 민중을 조명하는 이른바 민중신학의 가능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족’이라는 말에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주체가 연상되지만, ‘민중’에선 국가공동체에서 배제된 국가의 주체가 되지 못한 자들이 떠오른다”며 “즉 우리는 원래 같은 민족이었지만, 잘못된 정치가 민족을 분절시켜 버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중신학은 신학자 안병무(1922~1996)·서남동(1918~1984) 교수가 1970년대 새롭게 창안해낸 개념이다. 하나님이 민중의 삶과 역사에 함께 서서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게 핵심이다. 예수님이 당시 로마 제국과 종교 지도자들의 억압 받았던 소외이웃들과 함께하며 이들을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중신학은 예수 주위에 모여든 회중(오클로스)에 주목한다. 김 이사는 “한마디로 그들은 경계 밖에 서있기에 사회에 의해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힌다”며 “세계화로 이들 사이에선 ‘유동하는 주체’가 들어섰지만, 존재론적인 불안이 심화하면서 ‘증오’라는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 등으로 심긴 증오의 감정은 혐오범죄율이 급증으로, 극우주의 정치세력의 약진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혐오주의의 만연 속에서 일부 한국교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 시대 교회는 혐오와 단절이 아닌 사랑과 공존의 메시지로 다시금 경계 밖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