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이어진 가정 회복, 청년들의 어버이날 이야기

입력 2025-05-08 14:25 수정 2025-05-08 16:28
새벽기도회 참석 청년들이 8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8일 어버이날 새벽, 청년들이 부모와 가정을 위해 눈물의 기도로 모였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 젊은이교회에서 열린 ‘부모님을 위한 특별새벽기도회’다. 이날 한지연(가명·31)씨는 아버지의 사고와 회복을 겪으며 신앙과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경험을 나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던 한씨는 지난해 5월 아버지로부터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받았다. 한씨는 “아버지는 근무 중 사고가 발생해 큰 수술을 받게 되셨다”며 “수술 이후 안면을 다쳐 음식 섭취와 구어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씨가 중환자실에서 처음 본 아버지는 목을 절개해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던 모습이었다고 했다. 한씨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버지가 “밥 먹었어?’라는 글자를 종이에 적어 건넸다”며 “아버지의 사고라는 어려움을 겪으며 역설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겉으로 보기엔 눈물로 보낸 나날이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게 됐다”며 “아버지는 회복하신 이후 ‘하나님이 진짜 살아계시며 그는 선하신 분’이라는 고백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청년의 간증에 이어 목회자도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고성배 목사가 8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엄마아빠를 사랑해야 하나요"를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강사로 섬긴 고성배 선한목자교회 부목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가정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을 회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 목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알게됐다”며 “이후 아버지는 카드빚을 가정에 남겨둔 채 집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버지는 용서하거나 사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고 목사는 “주님께서 사랑과 용납의 본을 보여주셨고 용서하라는 마음을 주셨다”며 “용서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며, 사랑할 힘은 예수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자의 아픔과 회복의 이야기가 이어진 ‘부모님을 위한 특별새벽기도회’는 2008년부터 젊은이교회가 매년 어버이날이 있는 주간에 진행해 왔다. 올해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Reborn: 너는 내 아들이라’를 주제로 열었다. 청년들이 가정에서 겪은 실제적인 고민과 상처를 기도의 자리에서 내려놓고, 소모임을 통해 나누고 회복하는 자리인 셈이다. 중보기도팀 팀장 홍단비(28)씨는 이날 “이번 기도회는 회복과 소망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하나님 자녀로의 정체성 인식과 관계 회복, 순종이 복음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목회자 자녀인 김찬영(29)씨는 “자녀를 위한 부모의 기도는 자연스럽지만 자녀가 부모를 위한 기도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도를 통해 부모님의 마음과 힘듦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과 가정의 평안을 경험한 청년들은 가정뿐 아니라 신앙공동체로 기도의 지경을 넓히기도 했다. 임현선(31)씨는 “9년간 기도회를 참석하면서 내가 변화하니 가정이 변화되고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며 “부모에 대한 내 상처가 회복되니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청년들과 그들의 가정을 위해서 기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남=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