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작년 신인왕’ 송민혁 “시즌 목표인 제네시스 포인트 5위와 첫 우승 자신있다”

입력 2025-05-09 06:00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톱5와 생애 첫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작년 신인왕 송민혁. KPGA

“신인상과 우승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신인상을 선택할 만큼 신인상 수상이 큰 목표다.”

‘우량 기대주’ 송민혁(21·CJ)이 작년에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데뷔를 앞두고 밝힌 포부다. 그의 바램대로 2024시즌 KPGA투어 신인상(명출상)은 송민혁의 몫으로 돌아갔다.

과정은 극적이었다. 시즌 내내 김백준(23·팀 속초아이)에게 뒤져있다가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공동 2위 입상으로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투어 2년 차가 된 그가 올 시즌에 이뤄내고 싶은 목표는 뭘까. 송민혁은 “제네시스 포인트 ‘톱5’에 드는 게 1차 목표다. 거기에 투어 첫 승까지 하는 거로 잡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치러진 3개 대회 성적은 기대 이하다. 무엇보다도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는 컷 탈락한 게 실망스럽다.

송민혁은 “절정이었던 작년 말 느낌 정도로 유지됐던 샷감이 시즌 개막 직전에 조금 흐트러졌다. 거기다가 잘해야 한다는 심적 압박감이 컸다”라며 “작년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었다. 그 때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꿈을 초반부터 이루려 했던 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개막전 컷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분히 기회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실패를 통해 또 하나를 깨닫게 됐다”면서 “애걸복걸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뒤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송민혁은 다음 대회인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그걸 증명해 보였다. 1, 2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가까스로 컷을 통과했으나 3, 4라운드에서 각각 2타와 4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 공동 4위에 입상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2주 연속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기대와 달리 공동 40위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송민혁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작년에 비해 10m 가량 늘어난 송민혁의 호쾌한 드라이버샷. KPGA

대회 개최지인 남서울CC가 그에게는 ‘텃밭’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인 2023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공동 2위에 입상하는 등 그동안 남서울CC에서 열린 대회에서 펄펄 날았다.

송민혁은 “그동안 성적이 말해주듯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코스다. 그래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딱히 안되는 게 없었지만 굳이 꼽으라면 두 번째 샷 포지셔닝이 생각대로 안 됐다. 아마 이번에도 의욕이 앞섰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송민혁은 2020년 국가상비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아마추어 시절 우승이 자그마치 15차례나 된다. 2020년에 ‘누적 2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한 자’ 규정에 의해 KPGA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2023년 말에 K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서 수석 합격해 KPGA투어 데뷔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송민혁이 실패를 거듭할수록 더 단단해졌다는 건 그의 골프 커리어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 차례 ‘톱10’에 그친 시즌 초반 3개 대회 성적으로 송민혁의 2025시즌을 평가한다는 건 섣부른 예단이다. 송민혁은 누구보다도 더 단단하게 올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겨울에 베트남 호치민 로얄 롱안CC서 국가대표 선배 출신인 스윙코치 이재혁 프로와 함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혹독한 훈련을 했다.

송민혁은 “지금껏 훈련 중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온종일 쇼트 게임을 하거나 샷을 가다듬는 등 다양하게 연습했다”며 “당연히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무적인 것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작년보다 10m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송민혁은 “비거리가 작년에 비해 10m 정도 늘어 지금은 270m는 편안하게 간다”고 귀띔했다. 중학교 시절 비거리가 짧아 친구들이 아이언 잡을 때 우드로 공략해야만 했던 ‘짤순이’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쇼트 게임 능력도 작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올 시즌이 기대되는 요인은 또 있다. 작년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손목 인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그는 “부상 부위는 완전히 좋아졌다”라며 “내친김에 현재 68kg인 체중을 75kg까지 늘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파워풀한 스윙을 위해서다. 그동안 체중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웨이트도 많이 했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문제는 체질이다.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근육량은 늘고 체지방은 빠지는 체질”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구력이 좋아 체력이 달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송민혁의 전담 캐디로 나선 '100돌이' 아빠. 올해도 상반기까지 송민혁의 캐디백은 아빠가 책임질 예정이다. KPGA

송민혁에게는 올해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있다. 남서울CC 못지않게 강점이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소재 핀크스GC에서 오는 15일 개막하는 SK텔레콤 오픈이다.

그는 2023년 대회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해 공동 3위에 입상한 바 있다. 게다가 이 대회는 자신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최경주(54·SK텔레콤)가 ‘호스트’ 역할을 하는 대회여서 더 욕심이 난다. 최경주는 작년 대회에서 연장 승부 끝에 박상현(42·동아제약)을 꺾고 KPGA투어 최고령 기록으로 우승한 바 있다.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인 송민혁은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롤 모델은 최경주 프로님이었다”라며 “최경주 프로님처럼 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올해 SK텔레콤 오픈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최 프로님과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3년 대회 3라운드 때 최프로님과 동반 라운드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설렌다”라며 “당시의 ‘인생 라운드’를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램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