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화재는 인재”…경찰, 감리·건축사·공무원까지 44명 입건

입력 2025-05-08 11:58 수정 2025-05-08 15:44

경찰이 지난 2월 6명이 숨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공사 화재’ 사건을 수사한 결과 ‘명백한 인재(人災)’로 판단했다. 부실시공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를 앞세운 조직적인 허위 서류 조작과 공무원들의 묵인·방조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결론이다.

부산경찰청은 화재 이후 건축물 사용승인 절차와 관련한 위법 행위를 확인하고, 총 44명을 형사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8명은 구속, 36명은 불구속 상태로 입건됐다.

입건자 가운데 건축 인허가 관련자는 29명(구속 2명 포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는 15명(구속 6명 포함)이다.

경찰에 따르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계약상 ‘2024년 11월 27일까지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책임 준공 조건을 안고 있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수천억 원대의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했고, 시공사도 병존적 채무자가 되는 구조였다.

당시 공정률은 약 91%로, 법상 사용승인 요건인 ‘실사용 가능 상태’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는 소방 감리 담당자에게 ‘소방공사 감리 결과보고서’를 조건부로 제출해 달라고 회유했고, 그 대가로 3000만원의 현금을 제공했다.

경찰은 “실제 수수된 금액은 3000만원이지만, 1억원 상당의 추가 금액을 약속한 확약서도 함께 존재했다”며 “뇌물죄 구성요소인 ‘약속’까지 확인돼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감리일지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통해 ▲감리단이 시행사 측으로부터 받은 회유·압박 정황 ▲현장 확인 없이 검사 조서가 대필 된 3인 회동의 경위 ▲조건부 보고서 제출 과정 등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체 감리 완료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아니며, 사용승인 구비서류 중 핵심인 ‘소방공사 감리 결과보고서’만이 허위였다”고 밝혔다.

이후 사용승인 절차는 기장군청 업무 대행 건축사가 현장 조사 없이 작성한 허위 검사 조서와 함께, 소방 완공 검사 증명서가 제출되면서 지난해 12월 19일 최종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구속된 피의자를 보면 우선 시공사 회장·대표·소장 등 3명은 화재 사고의 직접 책임자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하청업체 대표·소장·배관공 등 3명도 현장 시공 관리 책임으로 구속됐다. 또 시행사 본부장은 뇌물공여와 위법 서류 교사 혐의, 소방 감리는 뇌물수수 및 허위 보고서 작성으로 각각 구속됐다.

이 외에도 불구속 입건자에는 ▲시행사·시공사 임직원 ▲감리업체 본사와 현장 감리단원 ▲업무 대행 건축사와 실무자 ▲기장군청 실무 주무관부터 과장·팀장·국장까지 사용승인 결재라인 공무원 5명 ▲기장소방서 소방관 2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건축법·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뇌물공여·수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PF 구조와 경제적 압박에 따른 조직적 위법 구조가 공공안전과 국민 생명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 제도와 법정형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