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지겠다”…‘단일화 강행’ 방침 밝힌 국힘 지도부

입력 2025-05-08 10:29
권영세(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후보 단일화는 우리 당원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요구고 시대의 명령”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일인 11일 전까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 후보가 당 주도의 단일화 로드맵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TV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안타깝게도 단 이틀”이라며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원과 국민들께서도 압도적으로 단일화를 바라고 계신다. 더욱이 단일화는 김 후보의 약속”이라며 김 후보를 압박했다. 전날 의원총회와 당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정한 TV토론(8일 오후)과 양자 여론조사(9~10일)를 실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김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부 중심의 ‘강제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그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보며 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밤부터 김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 후보 측이 제기한 ‘한덕수 추대론’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권 위원장은 “김 후보가 조금 전 회견에서 한 후보를 누가 끌어냈냐고 했는데, 김 후보가 끌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 후보는 당원과 국민이 끌어낸 것”이라며 “지지율이 안 나오면 어떻게 끌어내겠냐. 김 후보 지지율이 한 후보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 후보가 나왔겠냐”고 반문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당헌에 규정된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무시하면서까지 강압적으로 단일화를 강행하려는 모양새를 보인 게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것 아니냐(한 영남 중진 의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당한 당내 경선을 거쳐 선출된 김 후보에 대해 지도부가 단일화를 강요하면서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시너지가 아니라 ‘후보 교체’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주변에서는 이런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김 후보 측 시민사회총괄단장인 김행 전 비대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도부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당무 우선권을 가진 (후보가) 모든 법적 행사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