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오는 6·3 대선에서의 후보 단일화 찬반 입장을 묻는 여론조사를 강행했다. 당내 경선을 거쳐 김문수 후보를 선출한 상태지만, 향후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요한지 재차 당원 의견을 구한 것이다. 김 후보 주변에서는 “당이 한 후보에게 후보 자격을 가져다 바치려 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반면 김 후보 스스로가 단일화를 약속해 경선을 통과했으면서도 고집을 부린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김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 및 시기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국민의힘 당원이라 응답한 이들에게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인지 ‘필요하지 않다’인지 둘 중 하나의 의견을 답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필요하다’는 응답자들에게는 적절한 단일화 시기로 ‘후보 등록 전’과 ‘후보 등록 이후’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주변에 “주어진 권리도 지키지 못한다면 무슨 정치를 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밤 대선 후보로서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며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당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개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 강행에 대해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지도부의 행위는 방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후보가 허수아비냐”고 했다.
반면 김 후보의 경선 통과는 어디까지나 당원들이 그를 ‘단일화를 이룰 후보’로 신뢰한 결과이며, 김 후보 스스로가 단일화 논의에 적극 임할 것이라 약속한 뒤 변했다는 당내 반응도 만만찮았다. 구 여권 관계자는 “당원들이 김 후보의 입장을 지지한 결과가 나타날 경우 김 후보가 더욱 큰 명분을 갖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도 여론조사를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전날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하며 돌연 후보 일정을 중단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나쁜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대선을 불과 27일 앞두고 고조되기만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찌감치 대선 채비를 마친 반면, 보수 진영은 ‘반 이재명’을 내세우고도 정책 대결은커녕 정작 내부의 분열에 갇혔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단일화 협상 여하에 따라 ‘후보 교체’가 논의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후보직 양보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이종선 이경원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