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직구, 예리해진 변화구…부활한 ‘안경 에이스’ 박세웅

입력 2025-05-07 17:47
롯데 자이언츠의 박세웅이 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랜더스와의 2025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 시즌 프로야구 다승 부문 1위로 올라선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화려한 부활투를 선보이고 있다. 프로 데뷔 12년차를 맞은 그는 지난해의 부진을 씻기 위해 투구에 변화를 주는 결단을 내렸고, 비시즌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모양새다. 봄바람을 맞은 롯데는 ‘연패 스토퍼’ 역할을 맡은 에이스 박세웅의 활약 덕분에 주축 줄부상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세웅을 따라다니는 별명은 ‘안경 에이스’다. 1984년과 19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고(故) 최동원과 염종석처럼 우완 정통파 투수 계보를 잇길 바라는 팬들의 간절함이 반영돼 있다. 박세웅은 롯데가 마지막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7시즌 커리어 최다 12승(6패)을 올렸다. 이후 2021시즌과 2022시즌 두 차례 더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으나, 지난 시즌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로 부진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달라졌다. 7일 현재 7승(1패)을 거둔 박세웅은 2025 KBO리그 다승 선두에 올라 있다. 평균자책점 2.54로 안정적인 호투를 이어가며 탈삼진 2위(60개)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이후 7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다.

21승1무16패로 리그 3위에 자리잡은 롯데는 박세웅의 등판 때마다 승리를 챙긴 덕분에 긴 연패를 피하고 있다. 전날 SSG랜더스전에선 6대 0으로 이겨 3연패에서 벗어났다. 박세웅은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물오른 타격감을 보여주던 전민재와 황성빈, 외국인 1선발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나온 에이스의 활약이었다.

박세웅은 비시즌 투구 동작에 변화를 줬다. 공을 마지막으로 뿌리는 위치인 릴리스 포인트를 더 높이고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 향상에 주력하며 구위를 다듬었다. 수직 무브먼트는 타자가 공이 떠오른 것으로 착시하는 폭을 의미한다. 흔히 야구계에선 수직 무브먼트가 좋으면 “볼끝이 좋다”거나 “타자 앞에서 공이 솟는다”고 표현한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시속 144.4㎞였던 박세웅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올해 147.5㎞로 올라갔다. 직구는 물론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의 구속도 빨라졌다.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구위가 좋아진 까다로운 공을 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변화구의 헛스윙률도 상승했다. 지난해 박세웅이 커브를 던졌을 때 헛스윙률은 31%였다. 포크볼은 40.4%, 슬라이더는 19.6%였다. 올해 세 구종의 헛스윙률은 각각 46%와 50.9%, 27.8%로 크게 치솟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