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팜 걸’로도 알려진 ‘전쟁의 공포’라는 사진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9살 베트남 소녀 킴 푹이 네이팜탄 폭격을 피해 비명을 지르며 나체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1972년 6월 8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는 ‘AP Photo/Nick Ut’라는 바이라인이 붙어 있다. AP통신 사진기자 닉 우트가 촬영했다는 의미다. 우트 기자는 이 사진으로 1973년 미국 최고 권위의 언론·예술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현지 통신원이 찍었다는 주장 담은 다큐멘터리 나와
이 유명한 사진이 촬영된지 53년 만에 진짜 촬영자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상영된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The Stringer)’는 응우옌 탄 응허라는 베트남 사진작가가 이 사진의 원작자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바오 응우옌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전직 전쟁사진작가였던 게리 나이트가 사진기자 커뮤니티에서 유포된, 우트가 ‘네이팜 걸’을 찍지 않았다는 소문에 대해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이트는 캡션(사진에 대한 설명)에 우트의 이름을 적었던 당시 AP 사이공지사 사진편집자 칼 로빈슨을 만나 사진편집장인 호르스트 파스의 지시에 따라 그렇게 썼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응우옌 탄 응허는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AP에서 스트링어(통신원)로 일하면서 이 사진을 찍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에는 프랑스 비영리 수사기관이 수행한 사진 타임라인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이 분석은 우트 기자가 그날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네이팜 걸’을 찍을 위치에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응우옌 탄 응허의 딸 재니 응우옌은 사진에 대한 아버지의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P 조사 결과, 우트 기자의 저작권 유지하기로
AP는 다큐멘터리의 상영을 계기로 사진에 대한 조사를 벌여 6일(현지시간) 9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트가 그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트가 저작권자의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AP 측은 “광범위한 시각적 분석, 목격자와의 인터뷰, 1972년 6월 8일에 촬영된 모든 사진을 조사한 결과는 우트가 이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자료들은 다른 누가 그 사진을 찍었음을 증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조사는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해 보고서에 서술했으며, 이는 결코 답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50년이 지났고,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트의 변호인도 “52년이 지난 후 나온 공개적 문제 제기에 대해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 시대 촬영된 필름들이 손실되고 주요 목격자들 중 상당수가 사망했기 때문이다”라며 “그렇지만 AP의 상세한 조사는 우트의 사진이 아니라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AP 조사팀은 미공개 자료를 포함해 당일의 모든 영상과 사진을 분석했다. 12대 이상의 카메라를 점검했으며, 3차원 모델을 만들어 촬영 현장을 분석했다. 또 우트 기자는 물론 촬영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킴 푹의 사촌 등을 인터뷰했다. 문제를 제기한 나이트와 로빈슨은 AP 조사를 거부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