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최근 5년간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부산시의 고령운전자 비중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면허 자진 반납과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부산경찰청 교통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총 2735건으로 2020년 1834건과 비교해 4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상자 수는 2471명에서 3710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사망자 수는 2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23.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의 고령 운전자의 면허 소지자 수는 지난해 기준 33만 8134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203만1713명)의 16.6%에 해당하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면허 자진 반납자는 1만 950명(3.23%)으로 정체 상태다.
부산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4.3%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 고령 운전자의 운전 지속 여부는 교통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경찰은 고령 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까지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오랜 운전 경력에 대한 자부심, 운전이 삶의 일부분이었던 정서적 요인, 자녀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은 심리 등으로 인해 고령자 스스로 반납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놓고 가족과 경찰이 2주 넘게 함께 설득한 끝에 겨우 반납을 끌어낸 사례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부산경찰청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경찰관 가족이 앞장서 교통안전에 관심을 갖고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문제에 주목하자는 캠페인을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시 ‘VR 운전 능력 평가시스템’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고령 운전자 표지 부착 캠페인도 병행 중이다.
김종규 교통과장은 “고령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족의 세심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평소 어르신에게 운전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따뜻하게 묻고 함께 대안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