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공간을 계획할 때는 기능성과 유연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모임과 프로그램이 병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이 다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동선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수 있도록 만드는 배치와 동선구조,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조성, 그리고 전체 교회의 디자인과도 조화를 이루는 따뜻하고 열린 공간은 그 자체로 환대를 상징합니다. 여기에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에너지 효율과 관리 편의성까지 반영된 설계라면 실질적인 만족도 역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식당, 주방 및 친교공간 설계 시 고려 사항
식당은 예배에 참석한 교인 수의 절반 이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모를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공간이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규모 행사부터 소규모 모임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 구조를 마련하고, 테이블과 좌석은 대화를 중심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식 가구와 파티션을 활용하면 상황에 따라 공간을 나누거나 연결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채광은 자연광을 가능한 활용 하되, 밝기 조절이 가능한 조명을 통해 시간대나 행사 성격에 따라 분위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계획합니다. 마감재는 내구성과 위생 관리가 용이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천장은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을 선택하면 공동체 활동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방은 식당과 직접 연결되도록 배치해 동선을 간결하게 구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외부에서 재료를 들이고, 조리하고, 정리하는 흐름이 효율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며, 필요하다면 외부 서비스 출입구를 따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설비는 상업용 기준에 맞춰 구성하고, 충분한 조리대와 수납공간을 확보해야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구조가 됩니다. 많은 수의 이용자를 동시에 수용하고 순환시켜야 하는 만큼 입구와 배식대, 퇴식구, 출구를 혼잡을 피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수와 내열, 위생 관리가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며, 환기 시스템은 강제 환기와 자연 환기를 적절히 조합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합니다. 주방의 작업 동선은 세척, 준비, 조리로 이어지는 삼각 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작업 효율을 높이고, 쓰레기 배출 구역은 동선에서 분리되도록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친교 공간은 교제 외에도 소모임, 교육, 기도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공간의 가변성이 중요한 만큼, 고정된 구조보다는 이동식 가구와 파티션을 활용해 사용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식당과 주방과는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분리된 구성이 이상적입니다.
인테리어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자연 소재를 활용하고, 교회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신앙적 상징을 은은하게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오디오·비주얼 장비나 전기 설비는 사전에 고려하여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식당, 주방 및 친교공간
공동체를 위한 식당 공간은 단순한 급식소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에콰도르 마카스 지역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이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일상 속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공간은 주방, 식당, 야외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기능별로 경계 짓지 않고 흐르는 구조를 가집니다. 주방은 닫힌 곳이 아니라 반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있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외부에 드러납니다. 이를 통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과 식사하는 사람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좁아지고, 서로를 공동체의 일부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식당 공간은 테이블과 좌석 배치가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형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연광이 충분히 스며드는 구조와 무겁지 않은 벽과 천장 덕분에 전체 공간이 답답하지 않고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실내와 야외가 부드럽게 연결되어 활동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돕습니다.
특정 목적이나 사용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머무르고, 공간을 조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얹힌 지붕은 햇살과 공기를 적절히 들이며, 공간 전반에 편안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이와 같은 설계는 교회 식당과 친교 공간을 계획할 때도 좋은 참고가 됩니다. 기능별로 단단히 나누기보다, 사람들의 일상적 흐름에 따라 공간을 설계하고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을 유도하는 구조는 교회 공동체의 일상성을 높이고, 환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 지역,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자리한 공간은 기존의 식당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사례입니다. 이곳은 단일 건물에 모든 기능을 담는 대신, 여러 개의 독립된 건물을 모아 하나의 마을처럼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각각의 건물은 주방, 식당, 라운지, 온실 등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체처럼 엮여 있습니다.
중앙에는 오픈 키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셰프들은 조리 과정을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손님들은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요리와 식사가 단순히 기능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공간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과 음식을 즐기는 사람 사이에 일종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 건물은 유리로 덮인 가벼운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계절의 변화를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건물 자체는 목재, 벽돌, 유리와 같은 북유럽 전통 재료를 활용해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렸습니다. 덕분에 전체 공간은 현대적이면서도 과도하게 인위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교회 식당과 친교 공간을 계획할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기능별로 구분하되, 그 경계를 강하게 설정하기보다 유연하게 흐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다 이동하고, 또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 흐름에 맞추어 공간을 풀어내는 접근입니다.
Noma 2.0은 단순히 고급 식당을 넘어서, 하나의 작은 마을처럼 기능하는 공간을 보여줍니다. 교회라는 공동체적 장소에서도, 기능별로 닫힌 공간을 나열하는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입니다.
All Saints Dallas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교회로, 1920년대 산업용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새로운 교회 공간으로 재구성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건물은 예배 공간뿐 아니라 교인들이 식사하고 교류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시설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식당과 친교 공간은 대형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야외와 직접 연결되며,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구는 고정되어 있지 않아 상황에 따라 배치를 조정할 수 있으며, 다수의 테이블과 넓은 이동 동선이 유동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교회는 정해진 행사 외에도 평소에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식사하고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주방은 식당과 인접한 위치에 배치되어 조리와 서빙 동선을 짧게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계획되어 있어 외부 음식 반입이나 대형 행사 시의 준비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주방 공간은 교인 자원봉사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기 편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상업용 기준에 가까운 설비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전체 공간은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 개방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각 기능 공간이 서로 간섭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습니다. 특히 친교 공간은 예배 전후의 짧은 대화나 자연스러운 모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테이블 주변에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충분한 채광을 통해 밝고 환영받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교회 식당과 친교 공간이 단순한 부속 시설이 아니라,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머무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이 사례 안에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정리=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