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가 왜 한국에서 사역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비행기 타고 해외에 나가 복음 전하는 사역만 선교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교단이나 목회자들을 사이에선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교인들에게 이주민 사역은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에요.”
남궁성(47) 베트남친구들선교회 목사는 이주민 사역자다. 2023년 10월 경기도 광주에 선교회를 개척했고, 서울장신대 서울신대 유학생과 지역 내 다문화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남궁 목사는 “10여년 전 선교를 준비하면서 베트남 국민 10명 중 7명이 40세 이하인 걸 알게 됐다”며 “새삼 눈을 돌리니 국내에도 베트남 청년들이 적지 않게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세대 땅끝 선교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베트남 이주민 사역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복음을 전할 베트남 이주민은 많지만, 한국교회와의 동역은 희망 사항에 그치고 있다. 남궁 목사는 “한국교회에 협력과 후원을 요청해도 현실은 혼자 거의 모든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혜연(42) 갓즈드림교회 사모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김 사모는 중국 한족 출신인 남편과 함께 서울 건국대 인근의 교회를 개척해 중국 대만에서 온 유학생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사역하고 있는데, “이주민들과 제자훈련을 이어가거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사모는 “적지 않은 인원이 1~3년 사이에 귀국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다시 떠난다”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만큼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아직까진 이주민 사역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후원과 협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주민 사역자들의 현장 고민은 6일 경기도 가평 오륜비전빌리지에서 들을 수 있었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여는 ‘이주민사역자 리조이스’ 행사엔 남궁 목사와 김 사모 등 이주민 사역자 부부 23가정이 참석해 고민을 나누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만찬과 힐링 프로그램 등 지친 사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오륜교회 성도 100여명은 가정의 달 황금연휴를 교회에 반납했다. 의료선교팀에선 마사지와 부부상담 침술 수액치료 등 의료 봉사에 나섰고 교회 중창단은 위로와 격려가 담긴 찬양으로, 미디어선교부는 가족사진 촬영으로 이주민 사역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교인들은 이주민 사역자와 현장 이주민들을 위한 옷 1000여벌도 준비했다.
주경훈 목사는 “섬김이 가장 절실한 현장 사역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나그네 된 이들을 섬기는 이주민 사역자들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하늘의 위로와 기쁨을 누리는 2박 3일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평·춘천=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