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한 남자의 외도로 튄 불똥

입력 2025-05-06 09:52

남자의 외도는 우연히 들통났다. 문제는 휴대전화였다. 그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사이, 외도를 의심하던 아내가 휴대전화를 뒤졌다. 사실 그는 어느 봉사 모임에서 만난 한 이혼녀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다. 외도가 들통날 당시는 둘의 사랑이 한창 불타오르고 있을 때였다. 휴대전화 속 그들의 모습은 처음에는 연애를 갓 시작한 연인처럼 수줍었으나, 곧바로 중년의 연인답게 음탕해졌다.

아내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으나, 아직 미성년인 아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이혼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상간녀가 ‘당신 남편이 이혼남이라고 해서 만났다. 나도 피해자다. 당신 남편에게 물어봐라’라며 억울하단다.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이혼남이라고 하면서 바람피웠냐’고. 그랬더니 남편이 되레 이혼하잔다.

당장이라도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내가 버티자, 남편이 이혼 소송을 걸었다. 아내의 의부증이 심해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면서. 변호사인 남편은 소장에 혼인생활 중에 일어났던 사소한 일들을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던 것처럼 부풀렸고, 그 일들이 전적으로 아내의 책임인 것처럼 적었다.

분노한 아내가 폭주하면서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아내가 남편이 고등학교 후배인 어느 법원의 부장판사에게 뇌물을 줬다며 남편과 부장판사를 고발한 것이다. 아내는 고발장에서 ‘남편이 판사 아내에게 남편 사무실을 몇 달 동안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고, 판사 부부에게 추석 선물이라며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가 담긴 견과류 상자를 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남편은 어린이날을 맞아 판사 아들이 입을 고급옷을 사줬고, 판사 아들 돌잔치 땐 한 돈짜리 순금 돌반지를 선물했으며, 판사 아내 생일에는 1고급 향수를 선물로 줬다’라며 판사 아내가 보낸 감사 문자 메시지를 증거자료로 첨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이 판사 부부에게 돈과 선물을 건네며 ‘판사가 우리 사무실을 많이 도와주고 있고, 앞으로도 도움받을 일이 많아 이렇게 밑밥을 깐다. 판사가 퇴직하면 내 사무실로 데려오겠다’라는 말을 했다며 ‘직무관련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편은 ‘돈과 선물을 준 건 맞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문 사이에 도리를 지키는 통상적인 수준일 뿐이고 사건 청탁과 무관하다’면서 ‘아내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악의적으로 부풀려졌다’라고, 판사도 사무실 사용, 돈, 선물 모두 위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아내와 이혼하게 될지, 판사가 옷을 벗게 될지, 남편과 판사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 등 이 사건의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남편과 판사 모두 법률전문가이지 않은가. 다만, 최근 내란과 탄핵 국면에서 법률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궤변 때문에 높아진 법조 불신 풍조가 더 심해질까 염려될 뿐.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