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충청권 유세 현장에서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테러 위협에 적극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던 과거 유세와 달리 방검복을 착용하고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과도 악수 대신 주먹을 맞부딪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를 노린 테러 첩보가 접수되자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 후보는 지난 3일 강원권 유세부터 ‘주먹 인사’를 하는 등 지지자들과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피습 모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후보의 대인 직접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지했다.
이 후보의 주먹 인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손을 꼭 잡고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고 싶다”며 “그런데 이제는 눈인사만으로 마음을 나누라고 한다. 어쩌다 세상이 이리됐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적었다.
민주당은 화학무기를 이용해 이 후보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으로 암살당했는데, 같은 방식의 테러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최근 방검복도 다시 꺼내 입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부산에서 지지자로 위장해 접근한 남성에게 피습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민주당은 안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그동안 방검복을 입다 안 입다 했었는데, 최근 테러 신고가 많이 들어와 이제 공개 유세 때는 항상 착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총선 때보다 경호 인력도 대폭 늘렸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주변에 배치된 경호관들은 이 후보가 온다는 소식에 거리에 인파가 몰려들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 후보가 도착하기 직전 현장에 미리 와 동선을 확보하고 안전을 당부하는 등 경계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경호관들은 이 후보가 도착하면 연두색 끈을 활용해 이 후보 중심으로 반경 10m가량의 원을 그려 인파를 통제했다. 또 선물을 준비한 지지자들을 막아선 뒤 “상품 가치가 있는 물품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받을 수 없다”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는 어린아이들이 다가오면 경계감을 풀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직접 안아주거나 사진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여주 구양리에서 주민 간담회 일정을 마친 뒤 어린 남매의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아이와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모의 거듭된 요청을 제지하는 경호관에게 “괜찮다”며 손짓하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3일 강릉 안목해변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테러 위험이 있어서 15세 이하만 손을 잡아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테러 위협에도 지방을 방문하며 거리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충북 진천군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지금은 힘들어도 한 달 안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며 “여러분이 열어주실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여주·진천=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