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보다 축구가 좋았던 아이들, 축구하다 예배가 좋아졌다

입력 2025-05-05 14:00 수정 2025-05-05 14:00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에서 JC리그 참가자들이 경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JC리그 제공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 늦봄 햇살이 그라운드를 물들인 가운데 경쾌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JC리그 결승전이 시작됐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뛰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JC리그는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의 앞글자를 딴 이름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스포츠 선교 플랫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JC리그는 문화사역단체 ‘지저스무브먼트’가 주최하고 디딤돌교회와 청소년축제 ‘위틴즈페스티벌’이 협력한다. 세 단체 모두 박래성 디딤돌교회 목사가 이끌고 있다.

올해 리그에는 8개 기독 단체와 전도 목적의 2개 팀 등 총 10개 팀, 100여 명이 참가했다. 초등학생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졌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출전한 팀도 있었다.

그라운드 위 신앙 공동체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에서 JC리그 참가자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JC리그 제공

이날 결승전은 ‘레온앙겔레스FC’와 여러 교회 학생들이 연합한 ‘믹스팀’의 맞대결로 결과는 레온앙겔레스FC의 승리였다. 그러나 진짜 ‘우승’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응원하는 어른들, 골 세리머니로 포옹하는 선수들, 작전을 짜는 전도사들까지 운동장은 마치 작은 마을 같았다.

레온앙겔레스FC는 사실상 선교 축구팀이다. 디딤돌교회를 출석하는 한 신학생 청년이 다음세대 전도를 목적으로 팀을 만들었다. 선수들은 매주 토요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운동 뒤에는 예배와 성경공부, 멘토링으로 마무리한다. 주일엔 함께 예배도 드리며 교회에 다니지 않던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공동체로 스며든다.

이처럼 JC리그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복음과 공동체를 경험하고 회복의 계기를 제공하는 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교회는 JC리그 이후 단 한 명이던 청소년부가 23명으로 늘어나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의 청소년 복음화율은 2~3% 수준”이라며 “어떻게 다음세대를 교회로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할 때 하나님께 기도하며 얻은 마음이 바로 ‘축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축구 때문에라도 교회를 찾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축구 따라갔다가 예수님 만났어요”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에서 JC리그 참가자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JC리그 제공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JC리그의 진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재준(18)군은 초등학교 시절 디딤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이사와 불신자 가정환경으로 교회를 떠났다. 코로나 시기엔 게임에 빠져 신앙도 멀어졌다. 그러다 JC리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와 다시 연결됐고 작년부터는 찬양팀에서 봉사하며 신앙을 회복하고 있다.

그는 “저처럼 방황하던 친구들도 축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에 오게 됐다”며 “그중 몇 명은 지금도 교회에 정착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스포츠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길 꿈꾸는 그는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찾았다. 목사님과 함께 체육 훈련도 받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레온앙겔레스FC 소속이자 이날 부심으로 뛰었던 권율(13)군은 “이곳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같이 축구할 수 있어서 JC리그에 참여하게 됐다”며 “모태신앙이지만 예전에는 교회에 가는 것도 어색하고 지루했는데 지금은 예배드리는 게 너무 자연스럽고 즐겁다”고 말했다.

여기선 축구장이 곧 교회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에서 지미 랄시 브레이크웨이아웃리치 선교사와 JC리그 참가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JC리그 제공

이날 결승에 앞서 드려진 폐막예배에선 미국 청소년 스포츠 선교단체 ‘브레이크웨이 아웃리치’(Breakaway Outreach)의 지미 랄시(54) 선교사는 사도행전 17장 28절을 본문으로 복음의 핵심을 전했다. 그는 “만물에는 창조의 목적이 있다. 사람도 죄로 인해 본래의 목적을 잃고 생명을 잃는다”며 “이 공원을 떠나기 전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 하나님과 다시 연결되길 원한다면 경기가 끝난 후 꼭 목사님을 찾아가 보라”고 권면했다.

다음세대 선교라는 같은 비전을 갖고 지저스무브먼트와 동역해온 랄시 선교사는 JC리그 첫해부터 함께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는 청소년의 마음을 여는 열쇠”라고 말한다.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 결 야구, 농구 등 스포츠를 통해 마음을 회복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 30년간 간증과 복음을 전하며 청소년 스포츠 선교에 헌신해 왔다.

랄시 선교사는 JC리그를 “단순한 경기 팀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공동체”라고 표현했다. “예수님의 몸인 교회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운동을 통해 하나됨을 이루는 것을 본다”며 “믿음이 없는 이들도 이 공동체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 참 복되다”고 말했다.

‘교회 밖까지 달린다’ 전국 리그를 향해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에서 JC리그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JC리그 제공

JC리그는 축구를 매개로 다음세대를 교회로 초청하는 선교 플랫폼이다. 초창기엔 교회 및 기독 단체 소속 팀만 참가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제2회 리그에선 교회 밖 청소년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박 목사는 “학생들이 공고를 보고 직접 연락해왔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아 참여 자격이 안 됐다”며 “그래서 그들의 친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 등록을 유도했다. 이후 학교에서 기도모임이 시작됐고 그 모임의 친구들이 교회와 리그에 함께 참여하게 되는 열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하프리그와 토너먼트전도 이어갈 예정이다. 참여 교회들은 최소 4개월 이상 청소년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는다. 박 목사는 “10월에는 2주간 챔피언십을 열고 트로피와 상금도 수여할 계획”이라며 “이 리그가 전국 각지로 확산돼 더 많은 다음세대가 복음 안에 세워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부천=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