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열광적 응원을 보낸 고향팬들 앞에서 미뤘던 시즌 첫 승을 와이어투와이어로 장식했다.
셰플러는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근교 도시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31언더파 253타를 기록한 셰플러는 에릭 판루옌(남아공)의 추격을 8타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78만2000달러(약 25억 원).
253타를 PGA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셰플러 이전 253타를 기록한 선수는 2017년 소니오픈 저스틴 토머스(미국), 2023년 RSM 클래식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다. 토머스는 파70, 오베리는 파72와 파70 2개 코스, 셰플러는 파71 코스에서 세운 것이 차이다.
파71 코스로 기준으로 하면 신기록이다. 파71홀 PGA투어 72홀 최소타는 2001년 피닉스 오픈 때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기록한 256타다. 당연히 더CJ컵 바이런 넬슨 72홀 최소타 기록도 갈아 치웠다. 종전 기록은 2023년 제이슨 데이(호주)의 우승 스코어 261타였다.
작년 투어 챔피언십 이후 8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추가한 셰플러는 PGA투어 통산 14승째를 거두었다.
셰플러의 시즌 첫 우승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댈러스 지역에서 열린 거둔 것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6살 때부터 댈러스에서 살아 댈러스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그는 2014년 고교생 때 주최 측의 배려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 자신의 PGA투어 첫 경험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지난 2023년까지 네 차례나 이 대회에 출전했다. 작년에는 첫 아이의 출산이 임박해 불참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2년만의 대회 출전하자 대회장은 첫날 부터 홈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회조직위원회는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대회가 열린 2021년 이후 가장 많은 18만10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1944년부터 댈러스 지역 골프장에서 열려온 이 대회에서 댈러스 지역 고교 졸업생이 우승한 것은 2007년 스콧 버플랭크(미국) 이후 18년 만이다.
셰플러는 “정말 특별한 우승이다. 이 대회는 내게 의미가 크다. 이 대회를 보면서 자랐다”라며 “여기서 우승한 건 정말 특별하다. 고향에서, 고향 팬 앞에서 우승한 기분은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대회 전통에 따라 한글로 챔피언 이름을 새겨넣은 우승 트로피를 받은 셰플러는 “트로피가 정말 멋지다. 여기에 내 이름이 올라가다니 자랑스럽다”라며 “(김)시우 선수한테 내 (한글) 이름을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를 좀 배워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해 12월 손바닥을 크게 다쳐 시즌 시작이 늦어졌던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정상에 오르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PGA 투어에서 2023년 3M오픈 때 리 호지스(미국) 이후 2년 만이다. 81년 된 이 대회에서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셰플러가 세 번째다. 1980년 톰 왓슨(미국) 이후 45년 만이다.
7언더파 64타를 친 샘 스티븐스(미국)가 3위(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에 올랐다. 댈러스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댈러스에서 거주하는 조던 스피스(미국)는 9타를 줄여 4위(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대회를 마쳤다.
나흘 내내 스피스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김시우(29·CJ)는 마지막날 5타를 줄여 공동 15위(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많이 배웠고 즐겁게 쳤다. 전체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한 것 같고, 자잘한 실수도 있어서 아쉽지만, 좋은 감각을 이어갈 수 있어서 다음 대회와 PGA 챔피언십까지 좋은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재(26·CJ)는 1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33위(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순위가 내려갔다. 안병훈(33·CJ)은 3타를 줄여 공동 60위(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