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와 자율 신경계 이상 극복’ 홍정민, 시즌 첫 메이저 KLPGA챔피언십 정상 등극…“또 다른 우승 향해 나아가겠다”

입력 2025-05-04 15:57 수정 2025-05-04 20:56
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CC에서 막을 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홍정민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리틀 박세리’ 홍정민(23·CJ)이 KLPGA투어 116번째 출전 대회, 그것도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에서 데뷔 첫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을 거뒀다.

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파72·6605야드)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챔피언십(총상금 13억 원)에서다.

홍정민은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았으나 더블보기 1개에 보기 6개를 쏟아내 4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홍정민은 공동 2위 박지영(29·한국토지신탁)과 지한솔(28·동부건설)의 집요한 추격을 1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 2억3400만 원을 보탠 홍정민은 시즌 상금 순위가 9위에서 1위(3억9224만 원)로 올라섰다.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도100점을 획득, 방신실(20·KB금융그룹)과 이예원(21·메디힐)에 이어 3위가 됐다.

홍정민은 2021년에 KLPGA투어에 데뷔해 그 이듬해인 2022년에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1승이 있다. 당시 대회서 홍정민은 이예원을 결승에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박세리 주최 대회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인데다 두둑한 배짱을 앞세운 침착한 플레이 스타일 박세리와 닮아 ‘리틀 박세리’라는 닉네임을 얻은 홍정민은 5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며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강한 바람으로 샷이 흔들린데다 전날 무빙데이에서 7타를 줄인 원동력이었던 퍼트마저 말을 듣지 않으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

전반에 2타를 잃은 홍정민은 후반 들어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2위권 선수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15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5타 차로 여유 있었던 타수는 어느새 1타 차이까지 좁혀졌다.

그리고 16번 홀(파4). 추격하던 박지영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나자 홍정민은 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2타 차이로 달아난 홍정민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KLPGA 챔피언십 챔피언 홍정민이 자신을 응원해준 팬클럽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홍정민은 KLPGA투어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는 2023년 시즌 종료 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해 조건부 시드(45위)를 확보했다.

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퀄리파잉 스쿨에도 도전해 합격증을 받아 작년 시즌에는 LET투어서 활동하다 올해 국내로 복귀했다.

이번 우승으로 홍정민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이예원에 연장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도 달랬다.

그는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친 뒤 “과거를 따지기 보단 내일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기어이 그 약속을 지켜내면서 ‘메이저 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홍정민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정말 바라던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이라며 “긴장이 많이 됐다. 첫 우승과 같은 느낌이어서 마지막까지 긴장이 됐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뒤돌아 보았다.

그는 이어 “시작 할 때는 부담 크지 않았다. 실수 하고 나서 (박)지영 언니가 스코어 차를 좁히며 쫓아 오면서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퍼트가 계속 안돼 기대 안했는데 16번 홀 버디가 들어갔다. 그럼에도 우승은 불확실했다. 마지막홀 어프로치를 하고 나서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정민은 향후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오늘처럼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라며 “올해 목표가 1승이었다. 그 목표를 이뤘으니 또 다른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첫 우승 이후 2023년부터 공황장애와 자율 신경계 이상 증세 진단을 받아 한동안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호전됐다. 그리고 경기력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라며 “작년까지는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메이전 퀸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한솔은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도 데일리베트스인 5언더파를 쳐 자신의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작년 시즌 3승을 거둬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이예원과 마다솜(26·삼천리)은 각각 4언더파와 이븐파를 쳐 공동 4위에 입상했다.

방신실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6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3년 연속 ‘톱10’에 입상한 방신실은 대상 포인트는 1위를 지켰으나 상금 순위는 2위로 내려 앉았다.

양주(경기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