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반정부·반제체 현수막을 내걸었던 청년이 당국에 체포돼 해외 세력과 공모 여부를 조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년은 “중국인으로서 사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캐나다의 중국어 매체 만유독자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청두 차뎬츠 버스터미널 인근 육교에 중국 정부와 체제를 비판하는 현수막 3개를 내건 27세 청년 메이스린이 경찰에 체포돼 형사구류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당국은 사건의 파장이 커지지 않도록 메이스린에게 ‘국가전복 선동’ 대신 ‘공중소란 유발’ 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두의 소식통 A씨는 “메이스린이 해외 세력과 연계한 정황이 발견되면 국가안전국으로 이첩돼 국가안전국 구치소로 보내질 것”이라며 “해외 세력과 연계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청두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RFA에 말했다. 이어 “청두 경찰은 현수막 시위 이후 극도로 긴장한 상태”라며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면 청두 공안국장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청두의 다른 소식통 B씨도 RFA에 “메이스린은 쓰촨성 무촨현 출신으로 청두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했다”면서 “노동 분쟁을 겪어 당국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무시당한 적이 있는데, 이런 사례는 매우 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사회가 고압적인 통제 아래 젊은 세대의 불만과 저항 심리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유독자는 “이번 사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직접적인 관심을 끌었다”면서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안전국 비밀경찰에 이관돼 공동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법학자 위안훙빙은 “약 3시간 동안 문제의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았다”면서 “현수막 내용보다 중국 공산당의 치안시스템이 붕괴한 게 더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스린이 당시 내건 현수막은 “중국은 누가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 민주주의가 바로 방향이다” “국민은 권력을 견제받지 않고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정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치체제 개혁 없이는 민족 부흥도 없다” 등이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과 소셜미디어에선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지만, 엑스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선 사진과 뉴스 등이 퍼지고 있다.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 두원에 따르면 메이스린은 사건 당일 13초 분량의 영상과 현장 사진, 신분증을 보내면서 “1년간 준비해왔다. 널리 퍼트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두원이 중국을 떠날 것을 권했지만, “중국인으로서 사는 게 너무 억울하다” “산산조각 나더라도 소리치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두원은 메이스린을 쓰촨의 펑리파로 불렀다. 펑리파는 2022년 베이징에서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을 비판하며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여 전국적인 백지시위를 촉발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당국에 체포된 후 행방이 불확실한 상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