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사회라서’를 꼽은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위는 ‘소득이 적어서’, 3위는 ‘육아 및 자녀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어서’였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려면 경제적 부담 완화뿐 아니라 교육과 보육, 안전 등 아동 복지와 관련, 종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KICCE)가 최근 발간한 ‘영유아 가구 양육비용 및 육아서비스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담겼다. 조사에 참여한 자녀가 없는 817개 가구 중 22.4%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무자녀 가구를 아내의 연령이 10~45세이면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자녀가 없는 기혼 가구로 정의했다.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이유 2위는 ‘소득이 적어서’(19.2%)였다. 3위는 ‘육아 및 자녀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어서’(15.2%), 4위는 ‘자녀를 돌볼 사람이나 시설이 없어서’(7%)가 차지했다. 그다음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서’(6.9%), ‘자녀를 키우기 위한 주택 마련이 어려워서’(6.6%)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1.4%는 아이 1명을 양육하기 위해 가구 소득이 세후 ‘월 6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평균 500~6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9%, ‘월평균 400~500만원 미만’은 24.3%였다.
정부가 출산 및 양육을 위해 우선하여 지원해야 하는 정책으로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 확대’ ‘비용지원(보육료, 유아학비지원, 부모급여 등)’ ‘육아기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 또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 등이 꼽혔다.
연구에 참여한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결과는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비용을 지원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양육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개혁이나 돌봄 문제 해결 등 우리 사회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동 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하는 과정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상당수 아동정책은 어른, 부모 중심으로 수립돼 있다”며 “아이가 행복한 사회는 아동관점에서 관련 정책이 수립되고,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아동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정착된 사회”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