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승리가 아닌, 끝없는 연구와 고민의 산물

입력 2025-05-02 22:10 수정 2025-05-02 23:39
LCK 제공

한화생명e스포츠가 2일 2025 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농심 레드포스를 2대 0으로 잡고 9연승을 달렸다. ‘제우스’ 최우제가 1세트 제이스, 2세트 니달리로 각각 6킬 2데스 6어시스트, 8킬 5데스 8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맹활약했다.

두 세트 모두 탑라인에서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다. 아주 작은, 그러나 끝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는 스노우볼을 만들기 위해 그는 어떤 고민들을 얼마나 했을까. 경기 후 그를 만나 아주 조금이나마 들어봤다.

우선 1세트 첫 아이템 선택이다. 그는 제이스로 도란의 검 1포션이 아닌 롱소드 3포션을 선택했다. 최우제는 2021년 데뷔했으며, 라인전 구도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어느덧 탑라인 챔피언 별 맞대결 구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일 대로 쌓였다. 그리고 이날 1세트에서 나왔던 제이스 대 그웬은 그가 2022년 자주 연습하고 연구했던 구도다.

최우제는 “롱소드 3포션은 2022년에 제이스 대 그웬 구도가 자주 나왔을 때 썼던 빌드”라면서 “롱소드와 도란의 검 스펙 차이가 워낙 커서 사장된 빌드인데, 최근에 스크림에서 좋은 데이터를 얻어서 오늘 꺼내봤다”고 말했다. 그는 “제이스 쪽에서 포션을 바탕으로 소모전을 하면 그웬이 무조건 밀리는 그림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킹겐’ 황성훈 역시 이 구도에 대한 남다른 통찰이 있는 선수. 때문에 첫 라인전은 최우제가 예상했던 것만큼 잘 풀리지는 않았다. 최우제는 “제이스 대 그웬 구도에서 그웬으로 1레벨 맞 딜교환을 선택하는 선수들이 많다. ‘킹겐’ 선수가 그러지 않고 사리는 판단을 했는데 거기서부터 내가 말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위기 구간을 넘긴 그는 바텀 라인 스와프 이후 상대 탑·정글의 갱킹을 절묘하게 피하고, ‘피넛’ 한왕호(세주아니)와 힘을 합쳐 역으로 2킬을 따냈다. 게임의 분수령이었다. 최우제는 “2대 2는 제이스 쪽이 불리하다. 최대한 1대 1 라인전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놓으려고 했다”며 “(갱킹이) 위험하겠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버텨보려고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복기했다.
LCK 제공

2세트에서는 니달리를 꺼냈다. 니달리는 최근 인빅터스 게이밍(IG) ‘더샤이’ 강승록을 필두로 많은 프로 탑라이너들이 연구 중인 챔피언이다. 최우제 역시 앞서 DRX전에서 니달리를 꺼내 승리를 챙긴 바 있다.

최우제는 니달리가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특성과 맞물려서 나올 수 있는 챔피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제이스나 그웬이 피어리스로 소모되고 난 뒤라면 웬만한 매치업에서도 라인전 리드를 가져갈 수 있는 챔피언이 니달리”라고 말했다. 그가 콕집어 말한 두 챔피언은 이날 첫 세트에서 양 탑라이너가 선택해 자동 밴 됐다.

최우제는 원거리 챔피언인 베인,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아닌 잭스, 레넥톤 등 브루저를 니달리의 비교군으로 뒀다. 그는 “잭스나 레넥톤같은 브루저들은 챔피언 특성상 2코어 이후로 힘이 빠진다. 니달리도 후반에 힘이 다소 떨어지긴 해도 다른 브루저들보다는 힘이 덜 빠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거리 챔피언이지만 아트록스처럼 포지셔닝을 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아트록스식 포지셔닝’이란 양몰이 하는 보더콜리처럼 상대를 우왕좌왕하게 만들며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 아닐까, 추측만 할 따름이다. 브루저를 플레이할 때 때 본인―상대 팀―한화생명 본대 순으로 포진하게 되는 상황을 그는 선호하는 듯하다.

이날 게임을 결정지은 막판 장로 드래곤 한타에서 그가 그려놨던 청사진이 그대로 나왔다. 최우제는 과감하게 미니언을 지우며 미드라인에서 상대 시선을 끌었다. 농심은 최우제를 미드에서 밀어내려고 필요 이상의 자원을 투자했다. 그러다가 드래곤 둥지 쪽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LCK 제공

한화생명 본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장로 드래곤 둥지를 중심으로 재빨리 진영을 갖추고 사냥을 시작했다. 장로 드래곤 버프가 한화생명 쪽으로 넘어가면서 한화생명이 마지막 한타의 승자가 됐다.

최우제는 “니달리가 후반 한타에서는 할 게 없다. 최대한 상대가 니달리한테 신경을 뺏기도록 유도하려 했다”면서 “나 혼자 미드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본대와 니달리의 거리가 멀어지고, 상대 시선이 분산되는 상황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농심 선수단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리헨즈’ 손시우는 “니달리한테 시간이 많이 끌려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니달리를 잡는 게 아닌 밀어내는 게 목표였다”면서 “다시 돌아간다면 제리가 (니달리를) 밀어내고 라인을 지키면서 장로로 들어갈 것이다. 소통이 잘 안 돼 플레이가 꼬였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