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호남 사람” 호소에도 5·18묘지 참배 막힌 한덕수

입력 2025-05-02 19:10 수정 2025-05-02 20:41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2일 광주를 찾았다. 한 전 총리는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려고 했지만 시민단체들이 제동을 걸며 무산됐다.

한 전 총리는 이들을 향해 자신 역시 호남 사람이라며 통합을 호소했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35분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도착했다. 한 전 총리가 모습을 보이자, 지지자 100여명은 “한덕수” 등을 외치며 연호했다.

한 전 총리는 민주묘지로 향했으나 초입인 ‘민주의 문’ 앞에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와 5·18 묘지 참배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과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한 전 총리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 한덕수는 물러가라” “5·18 참배 자격 없다”고 외쳤다. 이들 단체는 민주의 문으로 다가오는 한 전 총리를 경호하는 인력과 밀고 당기는 경미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참배를 막고 있는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10여분간 둘러싸인 채 민주묘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헌화·분향 대신 민주의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참배를 대신했다.

한 전 총리는 묵념 직후에도 시민단체의 반발이 계속되자 “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고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우리는 통합돼야 하며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전북 전주 출신이다.

이런 호소에도 이들 단체는 한 전 총리의 민주묘지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결국 제자리에 있다가 발길을 돌렸다.

한 전 총리는 타고 온 버스로 향하는 길에는 자신을 보러 온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도 재차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 서로 미워하면 안 된다. 우리 5·18의 아픔을 호남 사람들은 다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다시 참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고 5·18 민주묘지를 떠났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방문했던 식당을 찾으며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한 전 총리는 광주 동구 대인시장 소재 ‘해 뜨는 식당’ 업주에게 짧은 인사말을 건넸고,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튀김 판매점을 방문해 튀김을 직접 사 먹었고, 환호하는 상인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한 전 총리 선거 캠프는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영령께 애도의 뜻을 전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일부 시민 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참배가 무산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때 아픔을 잊지 않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민주의 문은 활짝 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