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10언더파를 몰아치는 맹타를 휘둘러 선두에 자리했다.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근교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달러) 1라운드에서다.
그는 이날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쓸어 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쳐 10언더파 61타를 쳤다. 8타를 줄여 공동 2위에 자리한 리코 호이(필리핀)과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다.
61타는 지난 2022년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와 2023년 노승열이 각각 한 번씩 친 코스레코드 60타에 1타가 모자란 스코어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돼 설령 코스 레코드를 세웠더라도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셰플러는 작년에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포함한 투어 7승에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면서 작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다. 지난해 12월에 당한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셰플러가 시즌 첫 승을 위해 이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랭킹 ‘톱10’ 중 이례적으로 유일한 출전이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프랜 차이즈 스타로서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한다는 함의도 있다.
셰플러는 이날 역시 댈러스 출신의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 그리고 댈러스 이웃사촌인 김시우(29·CJ)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주최측의 이른바 ‘흥행조’였다. 그래서인지 이들 조에는 그야말로 구름 갤러리가 몰렸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셰플러는 3번 홀부터 6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로 포문을 열었다. 8번 홀(파4) 버디에 이어 9번 홀(파5)에서 이글을 추가했다. 244 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 1.2m 지점에 떨궈 원퍼트로 홀아웃한 것.
후반 들어 13번 홀(파4)에서 1타를 줄인 뒤 그린을 관람대로 둘러싼 17번 홀(파3)에서는 홀인원성 버디를 추가했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도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그린에 올려 가볍게 버디를 추가해 단독 1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셰플러는 “오늘 잘 쳤다. 전반 9개홀에서 좋았고, 후반 나인 홀도 잘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오늘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라운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고향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즐거움이다. 여기서 경기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홈 팬들의 열렬한 고마움을 전했다.
셰플러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김시우는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39위에 자리했다. 전반 9홀에서 2타를 줄인 김시우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을 잡아 4언더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그린 밖 8.5m 가량의 러프에서 친 세 번째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간 것.
칩인 이글샷이 성공하자 그린 옆에 벌렁 누워버린 김시우는 “몇 차례 좋은 기회에서 버디에 나오지 않아 답답했는데 마지막 홀에서 생각한 대로 볼이 가서 그만 큰 동작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차 목표는 컷 통과다. 아직 첫날이고 2라운드 시작 전부터 선두권을 생각하기엔 좀 이른 것 같다. 일단 컷 통과를 한 뒤, 주말 경기를 좀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 김시우의 퍼포먼스에 셰플러는 “김시우는 늘 그런다. 투어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다. 웃기는 타이밍을 정말 잘 안다”라며 “그는 최고다. 김시우는 아무도 못 당한다”고 김시우의 이글 세리머니에 엄지척을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3연패를 노리고 한국에 갔다가 컷 탈락의 고배를 마신 임성재(26·CJ)도 4언더파 67타를 쳐 첫날을 무난히 넘겼다.
대회 개막 사흘 전에 미국으로 돌아온 임성재는 “시차 적응이 힘들긴 하다. 이틀 전에는 아예 밤을 꼴딱 새우고 다음 날 깊이 잤더니 오늘은 괜찮아졌다”라며 “보기가 2개가 나왔지만 4언더파라는 스코어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후반에 조금 더 찬스를 살릴 수 있었는데 퍼팅이 따르지 않았다. 내일부터 차근차근 따라붙겠다”고 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공동 4위에 입상했던 안병훈(33·CJ)은 3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59위에 자리했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강성훈(37)은 1언더파 70타로 공동 101위에 자리했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주형(22·나이키)은 1타를 잃어 컷 통과에 비상이 걸렸다.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2023년 KPGA 선수권대회 챔피언 최승빈(24·CJ)은 3오버파 74타를 쳐 공동 147위로 밀렸다.
지난해에 대회 최연소 컷 통과 기록을 세웠던 영국 교포 아마추어 기대주 크리스 김(17)은 2오버파 73타를 쳐 공동 140위에 그치면서 2년 연속 컷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