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상당 부분에서 수기 방식을 고집하는 일부 증권업계 관행에 금융 감독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감독 당국이 자동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권유해도 바꿀 생각을 않는다는 전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권리 정보를 자동화하지 않아 일부 투자자에게 30배 많은 주식을 지급했다. 해외주식 권리 정보는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자동으로 정보를 받도록 전산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직접 손으로 쓰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스닥 상장사의 합병 비율을 잘못 적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기입 실수로 수천억원 이상의 회계 오류가 발생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내부 외환거래 관련 숫자를 잘못 기입해 회계상 영업수익이 수천억원, 수조원 부풀려졌다. 한투증권의 회계 오류는 5년간 계속됐고 과대 계상된 매출이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연말 해당 수치가 잘못되지 않도록 연동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한투증권은 개선 작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회계오류는 수기 시스템 자체보다 절차적으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발생한 것”이라며 “손으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수기 시스템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늦춰 당국이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은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면 바로바로 실행하는데, 증권사는 그보다 비용이 적은 시스템을 제안해도 ‘사람을 더 쓰겠다’고 한다”며 “소형 증권사로 갈수록 이 같은 경향이 더 심해지지만 대형 증권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