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렇게 높은 곳에서 달걀을 떨어뜨렸는데 안 깨졌어요!”
국립부산과학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에그 낙하’ 체험 부스. 아이의 환한 외침에 스태프들은 피곤한 얼굴 위로 웃음을 지었다. 이 웃음을 위해 연휴를 반납한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날 연휴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이, 과학관을 비롯해 놀이공원, 워터파크,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 등 현장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관 한켠에서, 공연 무대 뒤에서, 상황실 모니터 앞에서, 아이들의 하루를 무사히 지켜낸 이들을 누군가는 ‘어린이날의 숨은 영웅들’이라 부른다.
과학관 행사 전체 기획을 맡은 김재은(32) 연구원은 매일 오전 체험 부스를 점검하고 관람 동선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공연 중에는 아이들이 흥분해서 무대 가까이로 달려들기도 해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면서도 “아이들이 과학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 그 하나에 모든 고생이 잊혀요”라고 말했다.
‘에그 낙하’ 체험을 맡은 김재현 연구원은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만, ‘또 왔다’라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연구원은 “물로켓은 바람, 압력, 날씨 등 변수가 많아 매 순간이 실험이에요. 아이들과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라고 했다. 정인준 연구원은 “아이들 손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하나같이 달라요. 그 안에 살아 있는 창의력을 마주할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라고 전했다.
안내데스크의 김태연 사무원은 “엄마와 상담 중이던 저에게 사탕을 건네며 ‘과학관 좋아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한마디에 하루 피로가 씻겨 내려갑니다”라고 웃었다.
의무실을 지키는 이지영(32) 간호사는 “무릎을 다쳐 울던 아이를 치료해 줬는데, 며칠 뒤 부모님과 다시 와서 ‘이젠 병원이 무섭지 않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병수(58) 시설관리팀장은 “관람객은 모르실 수 있지만, 냉난방부터 조명, 환기까지 모두 사람 손이 닿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시관의 쾌적함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놀이공원도 마찬가지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연휴를 맞아 불꽃놀이와 나이트 퍼레이드, 티니핑 따라롱 공연, 버블 쇼 등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공연과 퍼레이드 전반을 총괄하는 조현아 공연 감독은 “아이에게 받은 인형 하나, 사탕 한 알이 우리를 계속 이 자리에 있게 하는 힘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퍼레이드 현장을 안내하는 한 요원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내하면서도, 공연 흐름을 유지하려면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에요. 즐거움 뒤의 안전은 저희 몫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해 롯데워터파크도 연휴 기간 상시 운영에 들어갔다. 캐릭터 인형 탈을 쓰고 포토존을 지키는 직원부터, 야외무대 MC, K-POP 댄스팀, 튜브 정리 요원까지 다양한 인력이 한마음으로 움직인다. 한 현장 요원은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도록 모든 인력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연휴도 긴장”…시민 안전 지키는 공무원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시청 사회재난과 박광희 재난상황2팀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연휴에도 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교대로 당직을 선다. 박 팀장은 “재난은 공휴일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쉴 때 우리가 자리를 지키는 이유죠”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이 자리를 지킵니다”라고 말했다.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