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투톱, 해외 성적표에 울고 웃고

입력 2025-05-03 15:0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달 13일 뷰티 상품을 할인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표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주력인 국내 시장의 소비 침체와 매출 비중이 높았던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고전 중인 화장품 업계는 다른 해외 지역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은 이익이 줄어든 반면 해외 사업 구조를 서구권으로 재편한 아모레퍼시픽은 선전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11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1% 증가한 1조675억원이었다.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696억원으로 120.5% 증가했고, 국내사업 영업이익은 494억원으로 0.6% 늘었다.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아모스프로페셔널 등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영업이익은 55.2% 늘어난 1289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15.7% 증가한 1조1648억원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의 효과로 서구권의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배 이상 증가했으며 중화권도 사업 효율화를 통해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널에선 면세 매출이 하락했지만 온라인과 멀티브랜드샵(MBS) 채널은 성장했다. 설 시즌 연계 마케팅 활동으로 설화수 자음생 라인의 매출이 성장했다. 헤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쿠션 카테고리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다이소에 입점한 마몽드도 ‘화잘먹’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한율 역시 올리브영에서 클렌징 부문 1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서구권에서 주요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가 더해지며 전체 매출이 79%나 증가했다. 중화권은 비용 절감과 거래 구조 개선 효과로 흑자 전환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에서도 전체 매출이 3배 넘게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4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7% 감소했다. 매출은 1조6979억원으로 1.8% 줄었다. 국내 면세점, 방문판매 등 소위 ‘전통 채널’이 부진하면서 국내 매출은 1조1619억원으로 4.3% 감소했다. 해외 채널은 성장해 매출이 5360억원으로 4.2% 늘었다. 중국 매출이 4.1% 줄었으나 일본(23.2%), 북미(3.1%) 등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12%로 해외 지역 중 가장 크다. 북미와 일본이 각각 7%로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출국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양사는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이후 수년간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중국에 편중됐던 화장품 사업의 구조를 얼마나 다변화했느냐가 실적의 향배를 가른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유럽·중동 등 서구권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배 이상 증가하면서 매출이 10.4% 감소한 중화권 부진을 만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화권 매출 비중도 12.4%로 LG생활건강과 비슷하지만 서구권 매출 비중(19.9%)이 더 높다.

일본에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와 힌스, VDL 등 색조 브랜드가 크게 성장했다. 피지오겔, 유시몰, 닥터그루트 등 데일리뷰티 프리미엄 브랜드도 해외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내외 다양한 고객 확보를 위해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유통 채널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