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도시로 이사를 가도 챙겨야 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아이들 학교는 가까운지, 장보기에 좋은 마트가 주변에 있는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은 수월한지, 병원·은행 등 생활 인프라는 좋은지…. 하물려 도시에서 농촌으로, 회사원에서 농부로, 이익중심에서 관계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귀농은 더욱 그렇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이하 농업기술원)은 귀농을 꿈꾸는 이라면 스스로 한번쯤은 묻고 넘어가야 할 항목으로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부부간 혹은 가족간에 온전히 합의했는지 여부다. 시골에 가면 확실히 도시에서 살 때보다 가족이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나 자연스레 가족간 거리가 줄어든다. 하지만 전제돼야 할 것은 부부의 합의와 자녀의 동의 여부다. 최근 귀농자들을 보면 부부가 함께 오지 않고 남자만 귀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농업기술원은 조언한다.
둘째, 최소 2~3년간 버틸 생활비를 확보했는가다. 충청남도에 정착한 어느 귀농인의 수기처럼 실제 ‘귀농은 꿈이고 현실은 고난의 연속’에 가깝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첫해 수입이 두 아이의 교육비에도 미치지 못해 탈농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농촌에서의 생활비는 도시에 비해 적게 든다. 첫해부터 수지를 맞추는 드문 예도 있지만 보통 삼년안에 적자를 면하면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농업기술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짧게는 1년, 길게는 삼년치 생활비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농업기술원은 조언했다.
셋째, 지역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파악되었는가다. 이사 횟수에 따라 귀농인들을 분류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나타난다. 두번 이내의 이사로 완전히 정착한 경우와 세번 이상 이리 저리 옮겨 다닌 경우 등 두 그룹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지역민들 입장에서 보면 임대가 많은 귀농가의 특성상 한두 번 이사는 수긍할 수 있지만 세번 이상 잦은 이사는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계심을 부추긴다는게 농업기술원의 설명이다. 잦은 이사로 인해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곳이 시골이다. 따라서 귀농하려고 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잘 파악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넷째, 농촌에 내려갈 특별한 이유를 찾아냈는가다. 농촌에 안착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경제적 성공여부를 떠나 농촌생활을 즐긴다는 점이다. 그것이 농사짓는 보람이든, 꽃을 가꾸는 기쁨이든 그들은 도시에서는 맛보기 힘든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원은 경제적인 안정 여부를 떠나 농촌에 뿌리를 깊게 내린 이들에게는 무언가 떠날 수 없는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고 말한다.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역귀농을 하지 않고 농촌에 안착하려면 그곳에 내려가려는 분명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섯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다. 농촌도 사람사는 곳이라 다름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도시와 마찬가지다. 개인을 중시하는 도시의 ‘자율과 독립’은 ‘협동과 통일’을 앞세우는 농촌의 가치와 수시로 부딪친다. 이따금씩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고 바쁜 일이 있어도 동네 경조사에는 빠지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자주 겪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지만 이런 일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급기야 농촌이 싫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농촌의 해법은 도시와 전혀 다르다고 농업기술원은 말한다. 당장 분하고 억울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인내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 충돌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농업기술원은 “모든 것은 통과의례다. 농촌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는 모든 관계의 싸움에서 지고 또는 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