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원인과 실화자를 밝혀내기 위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주불이 잡혔던 지난달 29일 오후 북구로부터 산불 원인에 관한 수사 의뢰를 받은 데 이어 1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는 경찰 단독 주체가 아닌 북구청 공원녹지과 특별사법경찰과 협력해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북구는 경찰에 ‘다수의 재산 피해를 초래했으며,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고 산림이 훼손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한 중대 사건’이라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함지산 정상으로 향하는 주요 등산로 9곳의 입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할 예정이다. 일대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 영상도 증거 자료로 확보 중이다.
다만 등산로 입구 외에 등산로 전반을 직접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화지 주변 농가 등 주민을 상대로 입산자 목격 여부 등 탐문을 벌일 방침이다.
산림 당국은 발화지점에 제단과 불상이 있지만 일반인이 찾아가기에는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진 장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산림 당국은 이번 산불 발생 초기부터 자연 발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실화자 검거를 위한 증거 확보에 주력해왔다.
문영근 대구 강북경찰서장은 “북구 공원녹지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착수하게 됐다”며 “원인 규명과 실화자 검거를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산불 원인 행위자는 산림보호법 제53조에 따라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1분쯤 발생한 산불은 23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가 당일 오후 7시 31분쯤 백련사 방면 7부 능선에서 재발화했다.
재발화한 산불은 36시간여 만인 이날(1일) 오전 8시쯤 완전 진화됐고 산림 당국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 후 산불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이 화재 진압 과정에 모두 훼손돼 산림 당국이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최초 발화지로 지목된 장소는 산불 진화 과정에 공중에서 헬기가 투하한 진화 용수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다.
최초 발화 지점은 함지산 한 묘터 일대 제단과 돌로 만든 불상이 있는 곳으로부터 약 50∼100m가량 떨어진 나무숲으로 지목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일대서 비어있는 커피 캔과 상품명이 확인되는 빵 봉지, 오래된 담배꽁초 등 생활 쓰레기를 발견했다.
산림 당국은 이 생활 쓰레기들과 재선충으로 벌목된 소나무 더미를 이번 산불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증거로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함지산의 지표면은 여타 산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산불의 연료가 될 수 있는 낙엽 등 여러 물질이 약 40∼50㎝ 높이로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충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완전 진화는 됐지만, 상당히 고온 상태인 보이지 않는 잔 불씨가 여전히 땅속 깊숙이 내재해 있다”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