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에 대해 조 바이든 전 정권 탓을 했다. 관세 정책 탓에 수입이 급증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탓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3% 역성장한 것에 대해 “바이든 탓이지 트럼프 탓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핵심 GDP(Core GDP)’는 수입재고 정부 지출 등 왜곡 요소를 제거한 뒤에 3%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며 “우리가 (바이든으로부터 나쁜 경제를) 물려받은 상황에도 수치를 반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GDP 보고서는 1월부터 3월까지의 첫 주요 경제 성적표로 트럼프는 1월 20일에 취임했다.
그는 또한 “국내 총투자(GDI)는 엄청나게 큰 (GDP의) 22%로 이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수치”라며 삼성이 미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회의 직전에 삼성이 관세 때문에 미국에 대규모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들었다”며 “우리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은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없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1분기 GDP 역성장의 핵심 이유를 수입 급증을 지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순수출(수출과 수입의 차이)이 전체 GDP에서 거의 5%포인트를 깎아내렸다”며 “기업들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렀는데, 수입은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1947년 이후 순수출이 GDP의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다.
트럼프는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 시장에 대해서도 바이든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이건 트럼프의 주식 시장이 아니라 바이든의 주식 시장이다. 나는 1월 20일에야 대통령직을 넘겨받았다”고 적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러드 번스타인은 “주식 시장에 관해서라면 트럼프는 아무 말할 자격이 없다”며 “주식 시장은 바이든 아래에서 트럼프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의 무역 전쟁과 관세 정책이 이번 데이터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며 순수출이 GDP에 기록적으로 큰 하락 요인이 된 점을 지적했다.
다만 WSJ도 트럼프의 주장처럼 핵심 GDP는 3%가 증가했고, 기업들이 장비 투자와 재고 확충을 늘린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관세 정책이 계속될 경우 경기 침체를 우려했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GDP 보고서가 경제의 약세를 과장했을 수 있지만, 경제는 실제 약하다”며 “만약 정부가 조만간 관세 문제에 대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훨씬 더 부정적인 GDP 수치를 보게 될 것이고,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그는 “최근 보고서를 봤다. 나는 시진핑 주석을 좋아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중국은 완전히 타격을 받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중국 화물선들이 145%의 관세 때문에 태평양에서 유턴해 돌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시점에서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길 희망한다”며 “우리가 그들의 제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전국적으로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오후에는 미국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에 소집해 관세 정책을 홍보했다. 그는 현대자동차,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 20여명의 글로벌 기업 CEO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미국 투자’ 행사에서 “이 방에 참석한 기업들은 모두 합쳐 2조달러 이상의 신규 (대미국) 투자를 발표했다”며 “전체적으로는 (다른 기업과 합치면) 8조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을 가장 먼저 호명한 뒤, 현대차의 21억달러 투자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호세, 땡큐, 뷰티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