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안은미, 아시아 퓨처리즘을 탐구하다

입력 2025-05-01 05:00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세종문화회관

안무가 안은미는 관습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춤으로 해외에서 주목받아 왔다. 특히 할머니들의 막춤으로 몸의 인류학적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은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2011년 초연) 등은 전 세계 공연장과 축제에서 초청받았다.

안은미는 지난 2018년 접한 인도네시아의 춤 유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아가 아시아 각국의 풍성한 춤 유산에 흥미가 생긴 그는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탐구하는 ‘아시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2020년 아시아의 밀레니얼 세대를 주제로 선보인 ‘드래곤즈’다. 그리고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2022), ‘웰컴 투 유어 코리아’(2023)와 같은 작품으로 이어졌다.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세종문화회관

오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은 안은미가 그동안 진행한 아시아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다. 이 작품은 안은미가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오키나와에 직접 머물며 현지 리서치를 진행한 뒤 만들었다. 아시아적 소재를 단순히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든 정서와 미감을 익히고 체화한 뒤 세 지역에서 포착한 움직임 그리고 전통과 당대가 충돌하는 순간들을 안무적 언어로 새롭게 엮어냈다. 서양인이 오랫동안 소비해온 동양적 이미지, 즉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안은미만의 독창적 해석으로 아시아 문화를 표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화려한 무대미술과 의상이 눈길을 끈다. 아시아 각국의 전통 무늬를 담은 800여 개의 형형색색 쟁반이 무대 3면을 가득 채우고 무용수들은 130벌의 화려한 의상을 선보인다. 안은미가 직접 디자인한 무대와 의상은 아시아의 다채로움을 상징한다. 그리고 음악은 오랜 기간 안은미와 호흡을 맞춰온 장영규가 맡는다. 어어부프로젝트, 이날치 등 밴드 활동과 영화, 무용, 연극 등의 음악을 맡아온 그는 이번에 아시아 전통음악을 자신이 만든 사운드 안에 샘플링해서 활용했다.

안은미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안은미는 30일 ‘동방미래특급’ 프레스콜이 끝난 뒤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너무 오래전에 이름 붙여진 것들의 말뚝을 빼고 싶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신비한 아시아가 아니라 생명력을 갖고 스스로 언어를 만들어내는 아시아 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아시아 퓨처리즘’의 문을 열 준비가 됐다. 완성도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여는 한 발자국으로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방미래특급’은 세종문화회관 초연 이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유럽투어에 나선다. 독일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와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프랑스 오를레앙 시립극장 등에서 유럽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세종문화회관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