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언급했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규제 조치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득보단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디즈니·마블이 제작한 썬더볼츠*가 내달 1일 노동절 연휴에 맞춰 정상적으로 중국 전역에서 상영된다. 디즈니가 제작한 릴로와 스티치 실사 영화도 내달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니버설이 제작한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판도 개봉 권한을 승인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인한 눈에 띄는 감소는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이달 초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영화 수입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SCMP에 “중국과 미국이 무역 전쟁의 악화를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우선 미국 영화 규제가 실효성이 적다고 우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해외 제작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해외 제작 영화가 차지한 비중은 21.3%로 2019년 35%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미국 영화는 2년 연속으로 중국에서 10억 위안 이상의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저우미 연구원은 “(중국은)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줄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게 한다고 해도 중국과 미국 간 무역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진보·반트럼프 성향이 강한 미국 영화계를 굳이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고 봤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영화계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유유산은 “할리우드는 반트럼프 정서의 거점”이라며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보복 조치로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