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당국이 23시간 동안 260㏊(산불영향구역)를 태우고 주불이 잡힌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발화 원인 규명에 나섰다. 근접 목격자는 물론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을 직접 비추는 CCTV도 없어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과학원과 경찰, 대구시, 북구 등의 관계자들은 30일 오전 노곡동 함지산 묘터 인근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산림당국은 최초 발화지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자연발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실화나 방화 가능성도 열어 놓고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합동감식팀은 나무나 바위 등에 남은 산불 흔적을 역추적해 묘터 인근 외진 장소를 최초 발화지로 특정했다. 등산로를 벗어나 좁은 길을 따라 300∼400m 정도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지점으로 평소에는 일반 등산객 진출입이 어려운 곳이다. 앞서 산림과학원 등은 전날 노곡동, 조야동 일대에서 기초 조사를 벌여 3곳의 최초 발화 후보지점을 추렸다.
합동감식팀이 실화·방화 등의 가능성도 고려하는 것은 최초 발화지로 특정한 장소의 특성 때문이다. 평소 사람이 잘 다니지 않고 등산이나 산책을 위해 갈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에 쓰레기 흔적이 많은 것도 더 조사가 필요한 이유로 지목됐다. 산림당국은 필요할 경우 추가 감식도 진행할 방침이다.
최초 발화지점을 특정했지만 발화 원인 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한 불길과 진화작업으로 현장은 이미 상당 부분 훼손돼 물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또 산불이 발생한 일대를 직접 비추는 CCTV도 없어 방화·실화 여부 등을 조사할 자료가 부족하다. 최초 목격자도 발화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신고한 농장 관계자다.
대구 북구는 이번 합동 감식과 별도로 전날 오후 경찰에 함지산 산불 원인에 대한 수사 협조 공문을 보냈다. 대구시와 북구는 발화 원인을 끝까지 밝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구 함지산 산불은 지난 28일 오후 2시1분쯤 발생해 29일 오후 1시쯤 주불이 잡혔다. 이후 잔불이 되살아나 산림당국이 잔불 정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