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내용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가디언, 우크라이나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등의 합동 탐사보도로 지난 29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여성 기자 빅토리야 로시나의 시신을 지난 2월 송환했다. 러시아는 로시나의 시신에 “이름 미상, 남성, 관상동맥에 심한 손상”이 있다고 인식표를 부착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시신은 훼손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발끝에는 전기고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화상이 있었다. 갈비뼈는 골절된 상태였다. 머리와 둔부에는 폭행의 흔적으로 보이는 찰과상이 발견됐다. 턱 아래 목뿔뼈(설골뼈)도 부러져 있었는데, 이는 주로 목졸림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시신에는 뇌와 두 안구가 없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로시나의 장기가 일부 사라져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로시나는 이전에도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소속 기자로 몇 차례 잠입 취재에 성공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의 잔혹행위를 폭로하기도 했다. 위험성으로 인해 러시아군 점령지역으로 잠입 취재하는 기자는 극히 드물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구금 1년 후에야 부모님과의 통화를 통해 로시나는 바깥 세상과 소통했다. 로시나는 구금 시설에서 투여받은 정체불명의 약물로 인해 식음을 전폐했다고 로시나의 지인들은 전했다. 로시나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측에 로시나의 죽음을 통보했다. 러시아에 붙잡혀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로시나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로시나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를 찾아내기 위한 전쟁범죄 혐의 수사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가 납치한 민간인 인질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더 큰 관심과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