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 1000례 달성…“비만도 질병”

입력 2025-04-30 10:44
인천세종병원 지하 1층 비전홀에서 28일 열린 비만대사수술 1000례 기념행사에서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왼쪽에서 6번째)과 오병희 인천세종병원장(8번째), 이성배 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7번째) 등 의료진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 제공

인천세종병원이 비만대사수술 1000례 성과를 달성했다.

인천세종병원은 지난 28일 병원 지하 1층 비전홀에서 ‘비만대사수술 1천례 달성 기념행사’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전담 센터 출범 2년 5개월여 만이다.

앞서 인천세종병원은 지난 2022년 12월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인증 전문의와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 영양사 등 전문 의료진과 전용 수술대 등 시설·장비를 갖춘 비만대사수술센터를 출범했다.

이번 성과는 연령, 성별, 지역, 국적,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술 현황상 1000명 수술 환자의 남녀 성비는 3대 7로 여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평균 연령은 38.7세다.

수술 전 고지혈증을 가진 환자가 전체의 74.6%에 달했다. 고혈압(47.4%)과 당뇨병(30.1%) 환자도 적지 않았다. 특히 고지혈증·고혈압·당뇨를 모두 가진 환자는 16.8%로 집계됐다.

수술 전 평균 체중은 102.6㎏,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6.7이다. 수술 1년 후에는 평균 체중 71.2㎏, 평균 BMI 26.1로 감소하며 총 체중 감량률 29%를 기록했다.

수술 방식으로는 위소매절제술이 959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루와이위우회술과 교정수술(리비전)은 각각 7건, 34건 이뤄졌다.

병원이 자리한 인천은 물론 서울, 광주, 부산 등 특·광역시와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 등 전국 환자들이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다. 중국은 물론 태국 환자도 비급여로 수술을 받았다. 인천세종병원 소속 간호사와 함께 군인, 한 집에 거주하는 자매, 엄마와 미성년 딸 등도 비만대사수술을 선택했다.

인천세종병원은 지난해 11월 아시아 최초로 다빈치SP 로봇 장비 이용 ‘단일공 비만대사수술’에도 성공하며 수술 방식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인천세종병원 이성배 비만대사수술센터장(가운데) 등 의료진이 28일 비만대사수술 1000례 달성을 축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 제공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해야…협진도 중요”

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 1000례 달성 기념행사는 이례적으로 축하 행사보다 비만과 기저·동반 질환의 연관성 및 위험성에 대한 의료진의 논의가 주를 이뤘다. 논의 주제는 심근경색, 뇌출혈, 천식, 지방간, 비만 환자의 전신마취 어려움, 수면무호흡, 뇌경색, 관절질환, 심부전 등을 총망라했다. 특히 자리에 모인 의료진은 협진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인천세종병원은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을 보유한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의 심뇌혈관 치료 노하우와 협진 체계를 통해 고령은 물론 기저·동반 질환 환자에 대한 안전하고 체계적인 비만 치료를 하고 있다.

이성배 비만대사수술센터장(외과)은 “비만대사수술을 전문적으로 해오면서 만난 환자 대부분은 기저 및 동반 질환이 상당했다”며 “관련 진료과의 협진은 필수다. 앞으로 협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만에 대해 전문가들은 면역 억제상태라 일컫는다. 지방세포에서 각종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서 만성적인 전신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각종 대사질환이 발생한다.

비만과 관련한 합병증으로는 2형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천식, 비알콜성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다낭성 난소증후군, 심장병 등이 대표적이다.

비만은 식욕에 관해 유전적 경향을 보이나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을 꼽는다. 당류 과다 섭취와 곡물가루로 만든 음식, 고지방 음식을 선호하면 비만이 발생한다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고도비만이다. 대한비만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2012∼2022년)에서 청년층 중 BMI 35 이상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정상 체중에 비해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각각 48.9배, 10.8배, 8.2배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또 30∼39세 고도비만 환자는 암,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이 각각 1.7배, 3.2배, 3.2배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센터장은 “고도비만일 경우 면역력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상기도가 좁아지면서 수면무호흡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고혈압이 발병한다”며 “고도비만을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2형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이 발생하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 몸의 큰 혈관에 문제가 발생한다. 뇌졸중, 심근경색으로 매우 이른 나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비수술적 치료는 거의 효과가 없다. 30∼40대 고도비만 환자가 자력으로 체중 감량할 가능성은 100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며 “비만대사수술 후에 음식을 거의 못 먹을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수술을 통해 급속한 체중감량 효과는 물론 식습관도 변화시키는데, 다시 말해 비만대사수술은 식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세종병원 이성배 비만대사수술센터장이 비만대사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 제공

비만대사수술이란

세계적으로 단일 질환 수술 건수 1위는 비만대사수술이다. 연간 80만건 이상 수술이 행해지고 있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감량 및 유지에 가장 효과적이면서 유일하게 검증된 치료법이다. 암 등 비만 합병증 발생률을 반절로 감소시키며 사망률도 3분의 1로 줄인다.

비만대사수술 중 가장 많이 시행하는 방법은 위소매절제술이다. 위를 바나나 모양으로 절제해 위의 크기를 줄이는 용량 제한형이다. 위 전체 크기가 작아지면서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되며 호르몬의 변화로 식욕과 입맛이 변한다. 복강경 수술로 통상 1∼2일 뒤 퇴원한다.

흡수 제한형인 루와이위우회술도 있다. 위 상부를 작은 주머니 모양으로 분리하고 소장을 Y자 모양으로 연결하는 수술법이다. 음식물이 십이지장에서 췌장액과 담즙액을 만나는 시점을 하부 소장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췌장 기능을 보존하고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차단한다. 2형 당뇨 완전 관해 효과가 우수하며 장기적인 체중 감량·유지 효과가 뛰어나다.

2가지 수술 모두 수술 전 체중의 30~35% 감량 및 15년 이상 감량 유지 효과가 있다. 요요 현상도 굉장히 드물어 수술 후 대부분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 지난 2019년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적용했다.

이 센터장은 “비만대사수술은 제2형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천식 등 다양한 대사질환을 완화시키고 사전에 차단해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는 게 목적”이라며 “비만대사수술은 현존하는 비만 치료 중 가장 효과적이다. 체중감량 및 조절은 물론 다가올 미래의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