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아 미시간주에서 대형 집회를 열었다.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자화자찬 성과 홍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끝없는 비난 등 대선 선거 당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세를 방불케 한 집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인 미시간주 머콤카운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행사에서 지지자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30분간 자유분방한 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시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미국 역사상 그 어느 행정부보다 가장 성공적인 첫 100일”이라며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중 최고라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인플레이션을 종식했다. 임금을 인상하고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우리의 세금과 관세 정책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 그들은 여기에 와서 공장을 열고 있다”며 “십 년간 정치인들이 중국을 강화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를 파괴했지만, 여러분은 드디어 노동자를 위한 투사를 백악관에 가지게 됐다. 난 중국을 우선하는 대신에 미시간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관련 “연준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연준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면서도 “나는 금리에 대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자신의 행정명령에 대해 제동을 건 판사들을 향해서는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은 뒤 “판사들이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40%대의 저조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대해서도 “난 우리가 60∼70%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는 “졸린 조” “부패한 조”라고 부르며 조롱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집회 도중 일부 시위대의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트럼프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인가? 당장 쫓아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집회에서 “선거 운동이 그립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집회를 마쳤다. 이후 무대 단상에서 선거 유세 당시 배경음악이었던 노래 ‘YMCA’를 틀고 손을 흔들며 춤을 췄다.
AP통신은 “100일 집회는 선거 유세와 똑같이 느껴졌지만, 이번에는 연단 뒤편에 대통령 문장이 부착된 점이 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취임 100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망상 속에 사는 동안, 미시간주의 가족들은 이 나라의 수백만은 노동자 가정과 함께 트럼프의 위험하고 혼란스럽고 경제를 파괴하는 의제를 감당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집회 전에는 미시간주 셀프리지 공군기지에서 신형 전투기 21대 등 새로운 군 전력 투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셀프리지는 북미 공군력의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교황이 되고 싶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미시간주로 향하기 전 백악관에서 차기 교황에 대한 선호를 질문받자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넘버원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르겠다. 난 선호가 없다. 우리는 뉴욕이라는 곳에 매우 훌륭한 추기경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