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늦봄과 여름의 초입에서 발레의 향연이 펼쳐진다. 5월 9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5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는 ‘연결’(ConneXion)을 주제로, 총 12개 단체가 참여하고 26회의 공연과 5회의 부대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의 신임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김주원이 예술감독으로 처음 선보이는 축제다. 김주원 예술감독은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5주년인 올해는 발레계에서 관객과 예술가 사이는 물론 민간·공공·세대·계층·지역 간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국 발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파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시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등 세 ‘시립’ 발레단 초청이다. 먼저 국내 유일 컨템포러리 발레단으로 지난해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은 5월 9~1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스웨덴 출신 요한 잉거 안무 ‘워킹 매드 & 블리스’로 축제의 개막을 알린다. 시즌 단원들과 함께 영국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이상은이 객원 출연한다.
이어 창단 4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시립발레단은 5월 3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코펠리아’를 선보인다. 광주시립발레단은 로맨틱 희극 발레의 걸작으로 꼽히는 ‘코펠리아’를 박경숙 단장 재안무로 1997년, 2002년, 2024년 선보인 바 있다. 서울에서는 2010년, 2011년 국립발레단의 해설 발레로 선보인 적 있지만 전막으로는 1995년 유니버설 발레단 공연 이후 무려 30년 만이다.
그리고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6월 4일 CJ토월극장에 ‘샤이닝 웨이브’를 올린다. 지난해 출범한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은 엄밀히 말해 시립 발레단이 아니라 ‘시즌 발레단’이다. 2027년 9월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건립을 기원하고 발레 전문인력 육성과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부산발레시즌’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부산의 바다와 고래를 모티브로 박소연이 안무한 컨템포러리 창작발레 ‘샤이닝 웨이브’가 이번에 서울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다.
‘시립’ 발레단 특집에 이어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은 5월 28일 CJ 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커넥션, 최태지 X 문훈숙’이다. 한국 발레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의 예술 여정을 돌아보는 특별 공연으로 마련됐다. 김지영, 황혜민, 강미선, 김리회, 이동탁, 정영재, 이재우 등 후배 무용수들이 헌정 공연과 함께 두 레전드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최태지 전 단장은 “국립발레단의 발전은 유니버설 발레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전에 우리 둘을 라이벌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발레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논의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문훈숙 단장도 “한국 발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요즘 힘들었던 지난날을 뒤집어보는 시간이 의미 있다. 앞으로 우리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했던 선배님들도 조명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또 CJ토월극장에서 기획공연으로 6월 7~8일 유회웅 안무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드리머’가 공연된다. 엠넷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강경호, 김경원, 김태석, 신민권, 정성욱이 나온다. 이어 초청공연으로 6월 13~15일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벙헌 안무 ‘춘향’을 만날 수 있다. 2007년 초연 이후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춘향’은 ‘심청’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의 양대 창작발레다.
이밖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6개 작품이 2편씩 더블빌 형식으로 소개된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신진 안무가 발굴과 창작 발레 작품 개발을 위해 매년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6월 12~13일 백연발레프로젝트 와이의 ‘미로(美路) 2.0’와 아함아트프로젝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6월 17~18일 다스탄츠의 ‘123.45MHz’와 서기범 무탄츠 프로젝트의 ‘더 룸’, 6월 21~22일 무브먼트 몸의 ‘대지’와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의 ‘야생의 심장’이 각각 공연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