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신임 총리 마크 카니는… 정치는 초보, 경제는 고수

입력 2025-04-29 18:26 수정 2025-04-29 21:25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열린 총선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28일(현지 시간) 캐나다 총선에서 승리한 마크 카니 총리가 정치에 뛰어든 건 지난 1월 초였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사임으로 열리게 된 자유당 총재 경선에 출마하면서 60세에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캐나다와 영국에서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금융가로는 최고 경력을 쌓았지만 정치 경력은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집권 자유당의 정치적 위기와 트럼프발 무역전쟁이라는 경제적 위기가 합쳐진 상황이 경제위기 관리에서 능력을 입증한 그를 총리로 만든 것이다.

금융인에서 정치인으로
카니 총리는 300년이 넘는 영국 중앙은행 역사상 최초로 비영국인으로 총재를 지냈다. 그 이전에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처음으로 맡은 정치적 역할이 총리였다. 지난 3월 초 자유당 총재 경선에 나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총리가 됐다. 당시 그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지도자로 자신을 내세웠다. 또 글로벌 경제 위기를 대처한 경험을 적극 선전했다.
카니 총리는 1965년 캐나다 북부 노스웨스트의 포트 스미스에서 태어났다. 조부모 4명 중 3명이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아일랜드와 캐나다 국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영국 시민권도 얻었으나 총리는 캐나다 시민권만 가져야 한다며 영국과 아일랜드 시민권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최근 밝혔다.
고등학교 교장의 아들이었던 그는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하버드대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어 1995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간 부문에서 일하던 그는 2003년 캐나다 중앙은행에 부총재로 합류했으며 2004년부터는 재무부 수석 차관으로 일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락하기 직전에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됐다. 중앙은행에서 그의 리더십은 캐나다가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13년에 비영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총재로 임명돼 2020년까지 일했다. 그가 취임했을 때 금리는 역사적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그는 실업률이 떨어질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경제를 더욱 지원하고 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썼다.
그는 이전 영란은행 총재들에 비해 훨씬 더 자주 언론에 등장하며 은행을 현대화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했던 이전 총재들과 달리 두 차례의 대규모 개헌 투표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앞두고 독립한 스코틀랜드가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하려면 영국에 권한을 넘겨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에는 EU(유럽연합) 탈퇴가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니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금융안전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이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에도 글로벌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 알고 있다”
캐나다 자유당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10년간 구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2년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BBC 기자에게 “서커스 광대가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올 들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트뤼도 총리 사임으로 정치에 나서게 됐다. 그는 지난 3월 한 토론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위기 관리 측면에서의 경험과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며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카니의 금융계 이력에 대해 비판해왔다. 특히 그가 투자회사 브룩필드 자산운용의 이사회 멤버로 있으면서 본사를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이전한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카니는 회사 이전은 자신이 그만둔 후에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카니 총리는 또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 자산을 공개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
카니 총리는 기후 문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유엔 기후변화특사로 임명됐고, 2021년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은행과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을 출범시켰다. 그는 트뤼도 전 총리가 추진한 탄소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리가 된 후 에너지 정책과 기후 가치 사이의 갈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스스로를 “실용주의자”라고 설명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캐나다의 주택 및 의료 시스템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현재 이민 대상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총리로서 자신의 가장 큰 사명은 미국과의 무역 둔화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경제를 계속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