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콘텐츠 확산…“끔찍하다며 공유, 보지 말아야”

입력 2025-04-30 06:03 수정 2025-04-30 06:03
최근 SNS 상에서 기승을 부리는 동물학대성 콘텐츠 예시. 위기 상황의 동물을 구조하는 식으로 소개되지만 대다수는 위기 상황을 조작한 거짓 구조 영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SNS 갈무리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국내 이용자 10명 중 4명은 동물학대 영상물을 접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해당 콘텐츠에 혐오감을 표했지만 무작위 노출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콘텐츠가 확산되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9일 발표한 ‘소셜미디어 동물학대 콘텐츠에 대한 시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1.8퍼센트가 SNS에서 동물학대 영상물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또한 학대 콘텐츠를 경험한 응답자 중 42.4%는 ‘비추천·댓글 등으로 반대의견을 남겼다’고 밝혔으며, 17.6%는 ‘동물학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본인 SNS에 공유한다’고 답했다. 학대 콘텐츠 경험자 대다수(60%)가 댓글, 추천, 공유하기 등 SNS의 소통 기능을 활용해 콘텐츠에 항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의 방식은 오히려 동물학대 콘텐츠의 흥행과 수익 창출에 보탬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SNS 특성상 댓글, 공유하기 등 이용자 참여가 많은 콘텐츠는 내용과 무관하게 흥행성 높은 콘텐츠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의성 댓글과 공유가 많은 동물학대 콘텐츠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 콘텐츠로 노출되고, 학대 영상 제작자에게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하는 악순환을 부른다는 지적이다.

어웨어 측은 “SNS의 참여 기능을 활용해 항의하는 대신 시청을 피하거나 플랫폼의 신고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제기구 아시아포애니멀즈는 동물학대 영상에 대한 올바른 대응 방법으로 영상 시청하지 않기, 댓글을 달거나 공유하지 않기, 신고 기능을 활용하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동물학대 관련 영상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관련 촬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22년 고양이를 학대 및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학대범의 경우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혐의에 대한 처벌을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