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마의 3시간’ 벽 깨나

입력 2025-04-29 16:41
만원 관중으로 들어찬 잠실야구장. 연합뉴스

프로야구 경기 시간이 ‘마의 3시간’ 벽을 깨뜨릴 조짐이다. 피치클록 전면 도입과 선발 투수진의 이닝 소화력 향상에 힘입어 경기 템포가 빨라지면서 경기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025시즌 143경기를 치른 28일 기준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분(연장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2시간 59분) 이후 27년 만에 가장 짧은 기록이다. 9회 정규이닝 기준으론 2시간 58분으로,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평균 2시간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분업화와 작전 야구가 일반화된 현대 야구 환경에서는 의미가 크다.

KBO리그는 오랫동안 긴 경기 시간이 고민이었다. 2020년 3시간 13분, 2021년 3시간 16분, 2022년 3시간 15분, 2023년 3시간 16분으로 단축 기미는 없었다. 2024시즌 피치클록을 시범 도입했지만, 평균 3시간 13분에 그치며 효과는 미미했다. 2시간 안에 끝나는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교해 월등히 긴 수준이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피치클록이 정식 규정으로 자리 잡으면서 빠른 경기 진행이 일반화하고 있다. 투수는 주자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5초 안에 투구를 마쳐야 하며, 타자도 피치클록 종료 8초 전까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처럼 투타 모두에 시간제한이 적용되면서 불필요한 지연 행위가 크게 줄었다.

선발 야구의 부활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선발 투수들의 평균 이닝 소화 능력이 늘어나며 불펜 교체 횟수가 줄었고, 이는 경기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가장 짧은 경기는 지난 19일 NC-한화전으로, 5회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1시간 52분 만에 앞서고 있던 한화 승리로 끝났다. 9회까지 진행된 경기 중에선 지난달 28일 삼성-두산전이 가장 짧았다.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와 두산 콜 어빈의 호투 속에 2시간 4분 만에 경기가 종료됐다. 지난 26일 한화-KT전은 2시간 6분 만에 끝났다. 야구팬들 사이에선 관람 피로도가 줄고 몰입도는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팀별 경기 시간엔 편차가 있다. KT 위즈는 평균 2시간 52분으로 가장 빠른 경기를 펼치고 있다. LG 트윈스(2시간 54분), 한화 이글스(2시간 55분), 키움 히어로즈(2시간 59분) 등이 뒤를 잇는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평균 3시간 10분으로 가장 길고, 나머지 5개 구단도 여전히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을 넘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