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무종교인 수가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를 합친 수보다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역사적으로 독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두 기독교 교파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9일 유럽의 기독 매체인 에반젤리컬 포커스(Evangelical Focus)는 지난해 독일 인구의 47%인 3900만여명이 무종교인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개신교와 로마가톨릭 신자를 합친 수는 3800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했다.
독일의 종교 인구를 조사한 독일세계관 연구그룹인 포위드(Fowid)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로마가톨릭과 개신교 교회에서 각각 58만여명의 신자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로마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24%, 독일 복음주의교회(EKD) 소속 개신교 신자는 21%, 무슬림은 3.9%, 기타 종교 공동체는 4.1%를 차지한다.
포위드는 “개신교가 2020년까지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는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로마가톨릭 교회가 더 큰 감소세를 보인다”며 “지난해 로마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각각 58만여명의 신도가 감소했다. 로마가톨릭과 개신교가 합쳐서 100만명 이상의 신도를 잃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위드는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의 ‘2024년 연례 보고서’를 들면서 지난해 독일 내 무슬림 신도의 숫자는 약 8만명 증가했다고 전했다.
포위드는 종교적 소속 외에도 독일인의 예배 참석률도 분석했다. 지난해 독일 로마가톨릭 신자 중 6.6%가 매달 예배에 참석한다고 응답했으며 개신교 교회에서는 이 비율이 2.3%로 더욱 낮았다. 반면 무슬림 신자의 약 25%가 정기적인 모스크 예배(금요 기도회도 포함)에 참석한다고 답변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영국 더타임스는 독일 기독교의 쇠퇴 원인으로 ‘중세 십일조 제도의 희미한 잔재’인 교회세를 지목했다. 독일 교회에 등록된 신도는 일반 소득세의 8~9%에 해당하는 교회세를 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재산세·양도소득세에도 종교세를 부과한다. 이외에도 인구 고령화와 교회의 각종 추문도 독일인들이 기독교를 떠나는 이유로 분석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