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도심형 산불…대구 산불 총력전 펼쳐 주불 진화

입력 2025-04-29 14:45
대구 산불 진화 모습. 연합뉴스

23시간여 만에 주불이 잡힌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은 도심형 산불의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산 주변으로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어 산불이 번지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29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주불이 잡혔다. 일출과 동시에 헬기 53대, 인력 1551명, 장비 200여대 등을 투입해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산 주변 민가로 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이번 불로 인한 산불영향구역은 260㏊에 이른다.

산림당국은 도심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야간 비행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 2대를 투입하고 열화상 드론을 통한 화선 관측, 산불지연제 집중 투하 등을 실시했다. 민가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이전에 수리온 헬기 1대를 야간에 시범적으로 투입한 경우는 있지만 2대를 투입해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바람이 잦아진 것도 도움이 됐다. 대구 산불은 전날 오후 2시1분쯤 함지산 9부 능선에서 시작됐다.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을 타고 산불이 계속 확산하자 산림당국은 산불 대응 1·2·3단계를 차례로 발령했다. 소방청도 민가 방향으로 확산하는 산불에 대응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바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9일 오전에는 평균풍속이 초속 1m 정도로 잔잔해 진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재산피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여 전에 발생한 경북 산불 때 초동 대피가 늦어 인명피해가 커진 것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선제적 대피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전날 산불 확산이 우려되자 산불영향권에 있는 노곡동, 조야동, 서변동 등의 주민 6500여명에게 7개 대피소 등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산림당국은 주불 진화 후 대피소에 남아있는 주민 200여명에 대해 순차적으로 자택 복귀를 도왔다. 산불로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들은 30일부터 정상 등교한다.

산불 발화 원인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불 최초 신고자는 발화 지점과 상당한 거리에 있는 농가 관계자다. 발화 지점 주변에는 CCTV가 없다. 최초 산불 발화지점은 등산로가 아닌 입산통제구역으로 산불 진화 때문에 현장 보존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앞서 지난 1일자로 지역 주요 산에 대한 입산통제 긴급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대구시는 실화 등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발화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산불 원인을 끝까지 밝힐 방침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