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옥외광고,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끌고 있는 기업이 있다. 세계 1위 옥외미디어 그룹 제이씨데코의 한국지사로, 서울 시내 5000면 이상의 스트리트 퍼니처 광고면을 운영하며 매일 1000만명이 넘는 시민과 소통하는 제이씨데코 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공공서비스를 결합한 다양한 프로젝트로 서울의 도시경관과 시민의 생활을 바꿔온 제이씨데코 코리아. 최근에는 디지털 광고판을 도심 속 갤러리로 발전시키거나, AI·AR 등 신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광고, 특히 세계 최초로 이동형 정류장 기술을 선보이며 옥외광고의 역할과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도시의 얼굴을 바꾸고, 시민의 일상에 새로운 경험을 더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제이씨데코 코리아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제이씨데코 코리아는 세계적인 옥외광고 전문기업 제이씨데코 그룹의 한국지사로, 2001년 설립돼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제이씨데코 그룹은 세계 최초로 공공서비스와 광고매체를 결합한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 개념을 도입했으며,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지자체 예산이나 시민 부담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 경관 개선과 시민 편의 증진,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제이씨데코 코리아는 2001년 설립과 함께 택시 승차대 운영을 시작으로, 2004년 서울시 중앙차로 버스승차대 설치·운영을 맡으며 본격적인 OOH 광고 사업을 전개했다. 이후 서울역, 여의도, 서초 등 환승센터와 종로 이동식 중앙버스정류소 개발 운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종로의 경우 부처님오신날 등 대규모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이동형 정류장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종로 연등회를 위해 ‘이동형 버스승차대’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들었다. 이 솔루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제이씨데코 코리아는 종로 연등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2017년 종로대로에 처음으로 이동형 중앙버스정류소를 도입한 이후, 매년 연등회 때마다 정류장 이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흥인지문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중앙버스정류소는 평상시에는 시민들의 효율적인 대중교통 이용을 지원하면서, 대규모 문화행사 시에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기존 정류소는 고정식 구조물로 이동이 불가능했으나, 제이씨데코 코리아가 자체 개발한 이동형 모듈은 약 70~80m 규모의 정류장을 5m 단위로 분리해 지게차로 옮기고 재설치가 가능한 구조다. 이는 국제 행사나 문화행사가 도심 도로를 활용할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공공시설물의 기능성과 도시 문화행사의 조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독보적인 솔루션이라 자부한다.”
▲이동형 버스승차대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개발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서울시로부터 종로 연등회와 같은 전통문화행사에 대응할 수 있는 ‘이동형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솔루션 개발 요청을 받은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종로대로에는 중앙버스정류소가 없었으나, 도심 활력 회복과 보행 중심 거리 조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설치 필요성이 점차 제기됐다. 하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 행렬의 특성상, 정류장이 고정될 경우 행사진행에 제약이 따르고 시민 안전에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제이씨데코 코리아는 서울시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이동형 정류소를 개발하게 됐으며, 개발 과정에서는 기술적 안정성, 구조 내구성, 이동과 재설치의 용이성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종로대로 버스정류소가 다른 버스정류소와 디자인이 다른데, 디자인 콘셉트는?
“종로는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유산이 밀집된 지역으로, 경복궁, 창덕궁, 종묘, 성균관 등 전통 건축물과 문화 자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종로대로 버스정류소 역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특히 경복궁의 축선과 공간 배치를 모티브로 삼아, 전통 건축과 의복에서 나타나는 ‘선’의 비례와 조화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경복궁, 근정전, 보신각종, 전통한복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선의 미적 요소를 참고해, 승차대의 지붕과 기둥, 가로등 등에 적용해 설계했다.”
▲지난해 연등회 현장에서 이동형 버스승강장이 실제로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며, 현장 적용 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는 악천후 속에서도 정류소 이동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철저한 사전점검과 예행 연습을 바탕으로 무사히 현장을 운영할 수 있었고, 작업 과정에서는 안전장비 착용과 시야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응했다. 또한 행사에 참여한 시민과 관광객이 이동형 정류장 시스템에 대해 보여준 긍정적인 반응과 호응이 인상 깊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이동형 버스승차대가 원활한 행사 운영과 시민들의 안전 및 편의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음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종로 연등회 현장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가?
“‘안전, 신속, 정확’ 이 세 가지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연등회는 약 2.8㎞ 구간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가두행진으로, 총 10개 중앙버스정류소(166개 모듈, 약 1000t 규모)를 4시간 이내에 도로변으로 이동시키고, 행사 종료 직후 다시 원위치로 복원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이러한 재설치 작업은 정밀한 측정과 모듈 제작, 안전펜스 철거, 전기 차단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제한된 시간 내에 오차 없이 수행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현장 임직원과 관람객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Health & Safety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전 과정에 걸쳐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마친 뒤, 구상하는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앞으로 공공을 위한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의 아날로그 광고 패널을 디지털 사이니지로 교체하고, 실시간 교통 정보, 날씨, 뉴스 등 다양한 공공정보와 광고 콘텐츠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버스 이용 패턴과 시간대별 유동인구 등을 고려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더불어 ESG 경영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친환경 에너지 활용 확대,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개선,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통한 환경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스마트 기술 도입, 이용자 중심의 설계, 문화공간 조성, ESG 경영 실천 등을 통해 서울의 버스 정류소를 미래 지향적인 복합 공간으로 전환해 나가고자 한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