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뒷맛 남긴 프로배구 FA… “8년 전 규정 손봐야”

입력 2025-04-28 18:35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표승주. 표승주 인스타그램 캡처

프로배구 남녀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문을 닫았다. 이번 FA 시장은 선수들의 이적 소식 외에도 유독 논란거리가 많았다. ‘강제 은퇴’ 논란에 이어 협상 과정에서의 구단 간 갈등까지 알려지면서 FA 제도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실에 맞지 않는 FA 등급제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8일 여자부 보상선수 지명을 끝으로 2025 남녀부 프로배구 FA 일정을 마쳤다. 여자부 FA 대상자 대다수가 원소속팀에 잔류한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페퍼저축은행에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에 대한 보상선수로 이예림을 지명하면서 모든 일정이 끝났다.

이번 FA시장에선 선수의 이적 소식보다도 더 큰 논란이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협상 기간 안에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해 미계약자 신분으로 남은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 시즌 팀의 준우승에 크게 기여한 베테랑 선수가 지지부진한 계약으로 인해 예상 밖 은퇴를 선언하자 ‘강제 은퇴’ 논란이 일었다.

선수 영입 시 지급해야 할 보상 규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전 시즌 보수 3억원을 받은 표승주는 FA 시장에서 A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를 영입할 팀은 ‘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호 선수 6명 외 한 명’ 또는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원소속팀에 지급해야 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구단이 FA 협상보다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추진하려다 무산됐다.

곧바로 타 종목에 비해 보상 관련 기준이 과한 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프로축구의 경우 선수 이적 시 보상선수 관련 규정이 없어 비교적 소속팀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다. 프로농구의 경우에도 보상이 적용되지 않는 여러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보상선수 규정을 느슨하게 하는 방향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기본 골격을 손봐야 한다는 건 배구계에 이견이 없다. 선수 몸값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뛰어오른 상황에서 FA 등급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다.

현행 프로배구 FA 제도에 따르면, 선수들은 직전 시즌 연봉에 따라 A·B·C 그룹으로 분류된다. 여자부는 기본 연봉 1억 이상이면 A그룹에 속하는데, 이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여자부 FA 대상자 14명 가운데 A그룹에 속하지 않은 선수는 해외 진출 실패 여파로 현대건설과 4000만원에 계약했던 이다현뿐이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FA 등급제가 만들어진 지 10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선수들 연봉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A등급의 연봉 기준을 올리면, 그 아래 등급 선수를 붙잡아두기 위해 FA가 임박한 시점에 구단들이 선수들의 연봉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샐러리캡(연봉 상한선)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등급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동시에 선수 개인 연봉 최고액 상한선을 낮추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수 영입 과열로 인한 ‘연봉 거품’ 현상을 막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자부의 경우 7개 구단장이 지난달 열린 실무위원회에서 2024-2025시즌의 남자부 보수총액 58억1000만원(샐러리캡 41억5000만원+옵션캡 16억6000만원)을 4년에 걸쳐 48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여자부는 올 시즌 샐러리캡 20억원과 옵션캡 6억원, 승리수당 3억 원 등 보수총액이 29억 원이어서 축소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