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끼치면서 ESG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ESG 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ESG 펀드 수는 2020년 85개에서 2021년 95개, 2022년 139개로 늘다가 2023년 148개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4년 141개로 감소한 뒤 올해 1월 2일 기준 132개로 더 줄었다. 유형별 펀드 설정 추이를 보면 주식형, 채권형 ESG 펀드 모두 2023년 각각 54개, 20개로 최고치를 찍고 그 이후에는 새로 조성되지 않았다.
자금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ESG 펀드의 자금 유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 1주일 동안 398억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6개월 동안에는 1104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ESG 펀드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미국 유럽 등에서도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ESG 관련 펀드 투자 비중을 10분기 연속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유럽 투자자들은 2018년 관련 데이터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올해 1분기 ESG 펀드에서 12억 달러(약 1조7333억원)를 빼내며 자금 순 유출을 기록했다. 아시아 투자자들도 역대 최대 규모의 금액을 ESG 펀드에서 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미국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반발 심리가 확산하면서 ESG 투자가 주춤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경민 D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기후 변화 대응보다 경제 성장을 우선하는 등 반 ESG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 내 ESG 정책의 일부 후퇴 흐름은 불가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닝스타의 ESG 투자 리서치 책임자인 호텐스 비오는 “이번 분기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ESG에 대한 반발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제 유럽의 투자 심리에서도 이 점이 눈에 띄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펀드 명에서 ESG를 지우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올해 1분기 유럽에서 335개의 ESG 상품명이 변경됐으며 이 중 116개에서 ESG 용어가 삭제됐다고 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ESG 펀드를 둘러싼 정치적 반발 등으로 투자자들이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또 ESG 펀드 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우려가 커지면서 운용사에서도 신규 펀드 출시에 신중해졌다”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