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극복용 떠오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현대차그룹도 틈새시장 공략

입력 2025-04-29 05:01
폭스바겐의 ID. 에라. 폭스바겐 제공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에 대한 돌파구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선택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진 것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 모델로 활로 개척에 나선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EREV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상하이모터쇼에서 폭스바겐 최초의 EREV 차량인 ID. 에라(Era)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중국 현지 법인이 개발을 주도한 콘셉트 모델로 1회 충전 및 주유만으로 10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EREV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비야디(BYD)도 산하 고급 브랜드인 ‘양왕’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U8L을 공개했다. 이 차량도 EREV 형태다. 가솔린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네 개의 모터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는 100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REV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 모델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엔진이 주 동력원, 배터리가 부 동력원 역할을 했다면 EREV는 대용량 배터리가 동력 생산을 맡는다. 내연기관 엔진은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종의 발전기 역할만 한다.

EREV는 전기차 주행거리 제약, 충전소 부족 등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뎌지는 시기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EREV는 두 가지 우려되는 지점을 모두 해결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보다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고, 전기차보다 제작 비용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아 송호성 사장이 지난 9일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 등에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ERE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중국이다. 중국 리오토는 대형 SUV ‘L7’을 출시했는데,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3만4000여대가 판매됐다. 화웨이와 체리자동차의 합작법인 럭시드는 ‘EREV R7’을 출시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EREV 판매량은 131만대로 2023년 65만대 대비 약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EREV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선 마쓰다가 EREV 출시를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램이 하반기 EREV 픽업트럭 램차저 1500을 출시 예정이다. 포드도 대형 SUV와 트럭 부문에서 전기차 대신 EREV를 도입한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기아도 EREV 모델 도입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EREV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송호성 사장이 최근 ‘2025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V만으로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경우 EREV로 보완할 수 있도록 병행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캐즘 속에 과도기적 모델로 의미가 있다”며 “연비도 뛰어나고, 충전 문제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는 글로벌 EREV 시장이 약 20%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1년 5180억 달러(747조8884억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