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의 쿨한 에너지, 스티지에 담았다” 롯데타운 명동 캐릭터 만든 브롤가 인터뷰

입력 2025-04-28 15:47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LTM 다운타운 피버'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호주 출신 아티스트 브롤가. 스티지 조형물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빽빽한 뉴욕 거리의 벽화부터 나이키, 유튜브, BMW, 애플과의 협업까지. 세계를 누비며 대담한 일러스트를 선보여 온 호주 출신 캐릭터 아티스트 브롤가(Brolga)가 이번엔 서울을 새 캔버스로 삼았다. 어린 시절 호주 전역의 광활한 대지를 누비며 자란 그는, 훗날 뉴욕 곳곳에 밀가루 풀로 만든 페이스트와 벽화를 남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캐릭터들은 스케치북을 떠나 도시의 골목을 채우며 일상의 일부가 됐다.

2025년 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복판에도 그의 작품이 세워졌다.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만든 8m 높이 대형 조형물 ‘스티지(STEEZY)’다. 국내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젊은 감성과 명동의 전통을 유쾌하게 담은 이 캐릭터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LTM(롯데타운 명동)’ 팝업스토어에서 먼저 공개됐으며, 오는 30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LTM 아트 페스타’에서 명동 일대의 새로운 얼굴이 된다.

지난 25일, 팝업스토어가 열린 성수 연무장길에서 만난 브롤가는 서울을 “전통과 현대가 부드럽게 겹쳐진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와 사람, 문화를 넘나드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동뿐 아니라 청계천, 남산타워, 경복궁 같은 상징적인 장소들을 스티지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스티지’라는 이름에도 공을 들였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유래한 ‘Steezy’(style+easy)는 어려운 기술을 힘들이지 않은 듯 멋지게 소화하는 태도를 뜻한다. 브롤가는 “서울의 MZ세대는 음악, 패션, 아트까지 세계를 이끌고 있는데, 그걸 정말 자연스럽고 쿨하게 해낸다”며, “그 에너지를 캐릭터에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LTM 다운타운 피버'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호주 출신 아티스트 브롤가. 롯데백화점 제공

이번 협업은 브롤가에게도 특별했다. 아내가 한국인인 그는 서울과 제주를 여행하며 한국 특유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체감해왔다. “제주에서는 귤 과수원 가까이서 머물며 현무암 풍경을 감상했고, 서울에선 옛 골목길 간판과 한글의 조형미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그는 스티지 디자인에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핑크빛 스티지의 몸을 따라 파란색 한글이 리듬감 있게 새겨져 있는 식이다.

롯데백화점이 브롤가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한 마스코트를 만드는 것이 아닌, ‘롯데타운 명동’이란 공간 자체를 리브랜딩하려는 의도다. 성수동 팝업 역시 MZ세대가 모이는 곳 한복판에서 새로운 감각의 롯데타운 명동을 알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브롤가는 “호주에서도 롯데는 호텔을 통해 꽤 잘 알려진 브랜드”라며 “협업 소식에 장모님이 무척 기뻐하셨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브롤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아시아 시장을 향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20대 시절 도쿄에서 1년간 머물며 아시아 특유의 캐릭터 팬덤 문화를 체감했다”며 “미피, 무민, 피너츠처럼 언어를 넘어 감정으로 통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작은 캐릭터들이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 닿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롤가가 만든 스티지는 성수동을 넘어 명동으로 향한다. ‘LTM 아트 페스타’ 기간 동안, 성수서 선보인 대형 스티지 조형물이 명동 본점 앞에 설치되며, 주재범·정그림·유재연 등 다양한 국내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명동 거리를 채울 예정이다. “걷는 도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은 거리 예술을 펼치기에 완벽한 무대”라는 그의 말처럼, 명동은 스티지와 함께 또 다른 일상을 만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