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조기 총선이 28일(현지시간) 3년 반 만에 진행된다. 집권 여당 자유당은 불과 4달 만에 25%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뒤집으며 정권 유지가 유력하다. 심지어 보수 야당 대표조차 지역구 생환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된 캐나다 위협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진보 성향인 집권당으로 뭉치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선거 통계 사이트 338캐나다가 전날 공개한 예측에 따르면 자유당은 총선에서 약 42% 지지율로 187석 안팎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캐나다 하원 의석(343석)을 고려했을 때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할 경우 2015년 총선 이후 10년 만에 단독 집권에 성공하게 된다. 앞서 자유당은 2019년과 2021년 총선에선 다수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과반 획득에 실패해 야권의 도움을 얻어 정권을 연장해왔다.
보수당은 정당 지지율 측면에선 39%로 자유당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예측 의석수는 125석 안팎에 불과하다. 앨버타주 등 텃밭에서의 높은 지지율로 인한 ‘착시’ 효과 탓이다. 실제 캐나다 하원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타리오주(122석)와 퀘벡주(78석)에선 두 자릿수 격차로 밀리고 있다.
캐나다 정치 상황은 불과 4달 만에 급변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보수당은 약 45% 지지율로 200석 이상을 쓸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당은 20% 안팎의 지지율로 3당인 신민주당에도 밀릴 위기였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지나친 친이민 정책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자유당 내 유력 인사들은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바꾼 건 이웃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돌아오자마자 1기 정부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던 트뤼도를 ‘주지사’로 칭하며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했다. 이로 인해 선거 초점은 정권심판에서 외부의 적인 트럼프에 대한 대응으로 전환됐다.
집권 여당은 적극적으로 트럼프에 맞서며 캐나다 내 ‘애국심’을 고조시켰고 지지세를 회복했다. 심지어 트럼프의 위협은 지역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퀘벡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퀘벡 최대 정당인 지역주의 성향 ‘퀘벡 블록’ 대신 자유당에 대한 지지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또 인기 없던 트뤼도 전 총리가 물러나고 캐나다·영란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가 자유당 신임 대표로 임명되며 정권심판론 자체도 설 자리를 잃었다.
반면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그간 ‘캐나다 우선주의’를 외치며 세금 감면, 치안 강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벤치마킹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반트럼프’를 외쳤지만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심지어 폴리에브 대표는 수도 오타와의 지역구에서도 상대 후보인 자유당의 브루스 팬조이와 경합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폴리에브는 몇 달 전만 압도적인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트럼프가 이들을 수세로 몰았다”며 “트럼프와 유사한 폴리에브의 스타일이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